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말썽 많은 휴대폰 깡


'나를 구제한다'는 뜻의 이른바 내구제 대출이 인기다. 내구제 대출이란 주로 휴대폰이나 태블릿PC 등 통신기기를 할부로 구입한 후 매매업자에게 팔아 돈을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제도권 대출을 받기 힘든 저신용자도 신용확인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손쉽게 현금을 구할 수 있는 편법 대출이다. 때문에 빚더미에 허덕이는 서민들이 마지막 구제의 수단으로 내구제 대출을 찾고 있다. 문제는 내구제를 해도 이름처럼 구제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구제는커녕 더 깊은 수렁에 빠지기 십상이다. 폭리에 가까운 고금리 탓이 크다. 가령 100만원 하는 스마트폰을 대출자가 할부로 사서 업자에게 넘기면 업자는 수수료를 떼고 30~50만원을 지급한다. 30~50만원이 대출금, 100만원이 갚아나가야 할 돈이니 금리가 100~230%에 이르는 셈이다. 업자가 기기만 챙기고 달아나 대출금을 못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본인 명의로 개통한 통신기기가 대포폰 등으로 흘러가서 사용하지 않은 통신요금까지 뒤집어쓰기도 한다.


사기를 당한 데 대한 구제도 어렵다. 대출자는 계약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과 신용번호 카드, 위임장 등을 업자에게 넘긴다. 이는 결과적으로 스스로가 해당 계약의 타당성을 몇 번에 걸쳐 보증한 셈이 돼 피해에 대한 구제를 힘들게 한다. 이런 점들 때문에 내구제에 손댄 상당수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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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제 대출 피해가 주는 교훈은 간명하다. 대출은 편법으로 가능할지 몰라도 자기 구제는 편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암담한 채무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자기 구제는 뼈를 깎는 자활 노력 외에는 왕도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빚이 감당키 어렵다면 개인회생ㆍ파산을 신청하고 무엇보다 하루하루 우직하게 일해 번 돈으로 빚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급증하는 저신용자ㆍ다중채무자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도 시급하다. 높은 이자에 시달리는 채무자는 저금리 전환이 절실한데 현재 정부가 실시하는 전환대출은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도덕적 해이를 부르는 무분별한 빚 탕감은 삼가되 진정 자신을 구제할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는 도움의 손길을 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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