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금융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실감했으며 한 나라의 금융위기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았다. 무엇보다도 금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금융회사는 레버리지를 이용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금융시장을 투기의 장으로 만들고 금융 종사자들은 이런 위험상품을 판 대가로 과도한 월급과 보너스를 받는 탐욕스러운 집단으로 비쳐졌다. 특히 국민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부도덕한 부실 금융회사를 살리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적대감을 가졌다. 그리고 금융이 빈부격차 등 사회적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인식했다. 그래서 군중이 월가를 점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나 보다.
그러나 금융은 많은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주택저당증권(Mortgage Backed Securities)도 원래는 유동화를 통해 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주택구입자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상품이다. 주식ㆍ채권 투자를 통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파생상품거래를 통해서는 주식ㆍ채권ㆍ통화 등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을 헤지(hedge)할 수 있으며 언젠가는 주택가격하락 리스크까지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펀드를 통해서는 사회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자금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처럼 금융이 많은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금융에 대한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금융(finance)은 목적 또는 목표라는 의미의 라틴어 finis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로버트 실러 교수는 '금융과 좋은 사회'라는 저서에서 금융의 본질적 기능은 사회가 추구하는 목표의 달성과 유지를 위한 사회적 서비스(stewarship)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상생ㆍ나눔ㆍ배려 등의 사회적 가치를 필요로 한다. 금융이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제공 확대, 저소득층의 교육기회 확충, 하우스푸어ㆍ렌트푸어에 대한 금융활동 강화, 중소기업 및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위해서 노력할 때 비로소 사람들은 금융을 사회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 인식할 것이다. 그러면 금융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자연스럽게 따뜻한 시선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