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17일 "인사권을 가진 대기업 총수가 1, 2차 협력사 현장에 가서 상생협약을 진두지휘해달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연합회 초청 강연에서 "총수가 말로 '상생하고 중소기업과 같이 가자'라고 하는 것은 쉽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에 납품받는 것이 좋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자ㆍ조선ㆍ반도체 등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각 산업을 대표하는 관리자 지위에 있다"고 전제한 뒤 "각 산업을 대표하면 그 의식을 가져야 하고 산업에 대해 경제적인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대기업의 역할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상생방안과 관련, 정 위원장은 "대ㆍ중소기업 간 하도급 거래질서를 개선하기 위해 대기업과 1차 협력사 간 납품단가 조정효과가 2, 3차 협력사까지 미칠 수 있도록 대기업 외에 1차 협력사의 부당단가 결정행위를 중점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10만개 업체를 대상으로 대규모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39개 업체에 대해 현장 직권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특히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때 보증기관의 보증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하도급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부도ㆍ파산 등 지급불능 상태일 때만 보증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때도 보증금을 주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범정부의 화두로 떠오른 '공정'의 의미에 대해 "요즘 공정한 사회가 뭐냐, 사정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많지만 정부가 지향하는 가치는 '페어니스(fairness)'"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정한 사회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고 첫째로 '출발이 공정한 사회'를 말했다. 그는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서울대에 4년 내내 교련복만 입고 다니는 학생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부자들만 명문대를 다니는 것 같더라"며 "시스템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쟁과정이 공정한 사회'와 '낙오자에게 기회를 주는 공정한 사회'를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