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특히 내년의 경우 총선을 비롯해 본격적인 '선거의 해'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을 따내기 위한 정치권의 입김과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예산낭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4ㆍ27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정치권의 관심은 이미 내년 총선과 대선에 가 있는 실정이다.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 것임을 예고하는 일이다.
내년 예산안 편성지침에 따르면 균형재정 달성과 물가안정을 위해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2~3% 낮게 설정하고 재정규율을 강화해 불합리한 지출을 억제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의 실현 여부는 정치적 압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복지만능주의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선거구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재정적자는 안중에도 없는 형국이다. 내년에는 경기회복으로 세입이 다소 늘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치권의 선심성 예산경쟁을 차단하지 못할 경우 세출억제를 통한 재정수지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입법정책협의회'를 강화해 재정수요가 수반되는 의원입법 등에 대한 정부의 의견을 제시하기로 한 것은 선심성 입법 등을 억제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원입법이든 정부입법이든 재정부담을 초래하는 입법활동은 재정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최대한 견제해야 한다.
그러나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을 감안할 때 서민ㆍ취약계층 지원과 복지확충,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녹색산업을 비롯한 신성장 동력확충 등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불요불급한 사업과 정치논리에 따른 선심성 사업은 철저히 억제하되 국가적으로 필요한 분야라도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이 효율적으로 편성돼야 한다. 국가부채는 한번 누적되기 시작하면 좀처럼 통제가 안 된다는 점에서 균형재정이라는 대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