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골디락스는 희망사항


‘골디락스(Goldilocks).’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매스컴에서 자취를 감췄던 이 말이 다시 사용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이 29일 정크본드시장을 두고 골디락스라는 말을 쓴 것이다. 골디락스의 재등장은 최근 미 다우존스지수가 1만1,000포인트에 근접하는 등 주식시장 회복세가 완연한 점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 골디락스는 원래 동화 속 금발을 일컬었지만 2004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 경제에 적용한 후 ‘물가상승 없는 호황’이라는 의미로 새롭게 재해석됐다. 이후 금융가의 유행어로 자리잡았지만 2년 전 매스컴에서 사라졌다. 과연 예전의 골디락스 시절로 돌아갔을까.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아 보인다. 이는 골디락스라고 표현된 분야가 고작해야 정크본드 같은 틈새시장에 국한된 데서도 알 수 있다. 정크본드시장은 자본의 투기적 속성이 잘 드러나는 곳으로 경제 전반의 흐름과는 배치되는 경우가 있다. 경제 전반의 현실은 호황이라고 부르기에는 상처가 너무 깊다. 지난해 미국 등 주요국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올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성장이라기보다 회복 쪽에 무게중심이 쏠린다. 더구나 실업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쏟아 부은 천문학적 재정지출은 국가부채 급증으로 이어졌다. 그리스 위기가 말해주듯 이를 치유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과 관계 없이 골디락스라는 말은 점점 더 많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 금융시장은 위기의 한가운데에 섰을 때보다 분명 나아졌고 호황을 맞은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골디락스를 다르게 봐야 할 것이다. 위기를 겪으면서 사나워진 금융가 인심과 더욱 팍팍해진 재정상태를 반영해야 한다. 과거에 풍요로웠던 골디락스가 아니라 약육강식의 골디락스, 탐욕과 이기주의의 골디락스, 권모술수의 골디락스다. 위기를 겪었지만 월가는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진화의 기회를 찾고 있다. 그런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다시 사용되는 골디락스라는 말은 예전의 골디락스가 아니다. 그러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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