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작아 보이는 내 떡


남의 떡이 커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특히 대화와 타협보다는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더 자주 표출하는 우리 정치를 보면서 어디론가 그 원인을 돌림으로써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정치인들에게는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사고와 행태가 아닌 5년 단임 대통령제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그래서 그런지 거의 모든 개헌 논의에서 '5년 단임제'는 단점만 지적되고 대안인 '의원내각제'나 '4년 중임제'는 장점만 거론되는 형편이다. 공정한 비교를 위해서는 각 대안의 장점은 장점끼리, 단점은 단점끼리 비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5년 단임제의 단점과 내각제 및 4년 중임제의 장점만 비교하는 그간 우리의 정부형태 논의는 편파적이라 할 수 있다. (근본적인 결함을 안고 있는 소위 '분권형 대통령제'는 논외로 하자.)


물론 현재와 같은 미성숙한 행태를 보이는 국회에 막강한 집행력을 가진 정부의 구성을 직접 맡기고 싶은 국민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반면 국회의원들은 여러 이유를 들면서 의원내각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기 쉽다. 유력 정치인은 행정부에도 상시적인 자기 지분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의원들도 자신이 장관직을 거쳐갈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까. 필자도 먼 훗날에는 우리에게 의원내각제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나 당분간은 폐해가 훨씬 클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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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4년 중임제'는 단점이 없을까. 지금까지의 논의구조와는 역으로 4년 중임제의 단점과 5년 단임제의 장점을 비교해보자.

4년 중임제하의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재선을 염두에 둔 국정운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국민 전체를 위해 각 분야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돌파해야 하는데, 정권의 운명을 걸고 추진해야 할 사안들도 종종 있을 것이다. 편익은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고 손해는 특정 집단에 집중되는 경우, 대체로 해당 이익집단의 격렬한 저항으로 개혁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개혁에 대한 소명의식이 충만한 단임 대통령들이 줄지어 나와도 한참 걸릴 일들을 4년 중임 대통령들더러 하라고 하면 재선에 신경쓰느라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재벌ㆍ행정ㆍ사법ㆍ의료ㆍ교육ㆍ국방 등 큰 개혁과제들을 떠올려보면 5년 안에 한 건 제대로 처리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가 마음에 안 든다며 내 떡보다 커보이는 남의 떡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보잘것없다고 생각했던 내 것이 어쩌면 남의 것보다 크고 소중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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