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진술녹화에 드러난 '아동 성폭행' 백태

"진술녹화 활용으로 '성폭행 수사' 개선해야"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경찰청이 13일 아동 성폭행 진술녹화 기록을 모아 자료집을 발간했다. 이 자료집은 수사에 참고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아동 성폭행 사례를 제시하는 한편, `진술녹화'를 적극 활용해 피해자가 정신적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하면서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 "선생님도 모르는 교내 폭력" = 경북의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중학생 집단성폭행 사건은 밀양 사건과 너무도 유사해 학교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현재 중학교 1학년인 A양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부터 `학교짱'으로 불리는싸움 잘하는 남중생 6명으로부터 7차례나 집단 성폭행을 당해왔다. A양은 학교 앞에서 기다리던 이들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미친듯이 소리도 질렀지만 아무도 A양을 도와주지 않았다. `학교짱'으로 불리던 이들의 주먹이 무서웠기때문이다. 결국 임신의 두려움에 올 8월말 경찰에 신고한 뒤에야 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이번 사건을 통해 `학교짱'이 학교 내에서 차지하는 권력과 힘없는 아이들의 복종 구조를 알게 됐다"며 "`내가 뭘 잘못했느냐'며 전혀 뉘우치지 않는 그 애들한테 다시금 놀랐다"고 말했다. ◆ `등잔 밑이 어둡다' = 자료집에 밝혀진 상당수 사례는 아동 성폭행이 피해아동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충남 대전에서는 집을 드나들며 선배의 딸을 수십차례 성추행한 이모씨가 경찰에 검거됐고, 경기 연천에서는 30대 남성이 `삼촌'으로 부르며 따르는 10살짜리 동네 여자아이 3명을 차례로 성추행한 사건도 있었다. 서울에서는 아내가 가출한 뒤 친딸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가한 `안면수심'의 친아버지가 친딸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된 사례도 있었다. 경찰청 이금형 여성청소년과장은 "성인 성폭행은 물론 아동 성폭행도 상당수가친구 아버지나 가족, 친척 등 가까이 지내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다"며 "아이들을혼자 놔두거나 맡길 때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진술녹화'의 힘 = 올 7월 부산에서는 B양(5)이 친구 아버지에게 성추행을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려움에 범인을 지목하지 못하고 사건에 대해 얘기하기를 극도로 꺼리던 B양은담당 여경이 2~3일간 같이 지내며 과자도 사주고 놀이터도 같이 가자 조금씩 마음을열었다. 하지만 언어적 표현이 미숙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 담당 여경은 B양을 놀이방처럼 아늑하게 꾸며놓은 경찰서 진술녹화실에 데려가편안한 분위기 조성에 힘썼다. B양의 어머니도 같이 지내자 마음이 놓인 B양은 자신도 모르게 피의자 검거에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진술녹화실에 있던 성인 남자의 인형과 여아 인형으로 성추행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것. 결국 거짓 알리바이까지 대며 발뺌하던 피의자는 녹화된 B양의 행동과 진술이증거로 채택되면서 꼼짝없이 쇠고랑을 차게 됐다. B양 사건이 진술녹화실을 활용해 성폭력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사건이라면 밀양 사건은 정반대의 경우라고 할 만하다. 밀양 사건은 여경을 불러달라는 피해 여중생의 요구를 무시하고 대질신문 과정에서 여중생이 가해 고교생으로부터 욕설을 듣게 하는 등 성폭행 수사에서 발생할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피해 여중생의 무료 변론을 맡은 강지원 변호사가 "전국 247개 경찰서 중 진술녹화실이 없는 곳은 단 4곳인데 울산 남부서가 그 중 하나"라고 강조한 것도 진술녹화제의 효용성과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경찰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인권 보호가 이뤄졌는지, 성폭행사건 수사지침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여부등에 대한 전면 감찰이 이루어지고 있다. 진술녹화제는 경찰이나 심리전문가가 피해자를 상대로 면담하는 장면을 녹화,증거로 제출하는 것으로 지난해말부터 전국 일선서에서 실시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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