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4일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의혹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PD수첩’이 취재윤리를 위반했음을 시인하는 사과문을 발표하게 된 데 대해 MBC 내에는 당혹감을 넘어 자괴감에 까지 휩싸이고 있다.
지난 2일 ‘PD수첩’팀이 기자회견을 가질 당시만 해도 황 교수 연구에 대한 재검증을 요구하며 오는 6일 예정된 대로 방송을 강행한다는 의지를 밝혀 왔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대국민 사과’와 ‘PD수첩’ 방영 연기로 급선회하게 된 건 더 이상 ‘언론의 자존심’만을 내세우다간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취임 9개월을 맞은 최문순 MBC 사장의 사퇴 문제까지 방송계에선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최 사장 선임 이후 계속되는 일련의 MBC 사태들의 궁극적인 책임은 최고경영자가 지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논리와 함께, 이번 ‘PD수첩’ 2탄 방영건만 해도 최 사장 주재 회의에서 방영 강행 입장을 고수했다는 점은 결국 시청자들의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자체검증 능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날 뉴스데스크가 자사 프로그램인 ‘PD수첩’을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한 데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최근 MBC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최근 MBC내에서 불거진 보도국과 시사교양국간의 다툼이 마침내 표면 위로 떠오른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MBC가 받은 상처는 상상 이상이다. 올해만 해도 뉴스데스크를 통해 공식 사과만 일곱 번째 발표했다. 지난 1월 ‘신강균의 사실은’팀의 명품가방 수수를 시작으로 ‘음악캠프’의 알몸노출 사건, 상주참사에 이르기까지 내부에서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MBC의 한 관계자는 “사과 방송을 보면서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고 사내 분위기를 전하면서 “지난 1년간 MBC가 받은 상처를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릴 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침통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