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4일 미국 국적의 박모(53)씨는 금 1.71㎏을 가방 프레임과 옷걸이로 위장한 뒤 입국하다가 인천공항세관 X레이 판독기에 적발됐다. 또 지난해 7월과 8월에는 니켈 도금한 핸드백 손잡이와 어린이 장난감 주판의 고정 핀을 금으로 제작, 밀반입하려던 대만인과 내국인이 각각 공항세관에 덜미를 잡혔다. 이처럼 입출국때 여행객이 사용하는 가방이나 옷걸이 등 생활용품을 활용한 금 밀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과거 신체 은밀한 곳에 금괴를 숨겨 들어오던 수법과 비교하면 상당히 지능화된 방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6일 인천공항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적발된 금괴밀수 건수는 모두 24건으로 지난 2004년의 13건보다 85% 늘어났다. 밀수 금괴의 금액도 585억5,800만원으로 2004년 111억5,800만원보다 4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적발건수 가운데 금괴를 생활용품으로 특수 제작해 밀반입하려다 들통난 사례는 모두 6건으로, 금액은 15억1,500만원에 달했다. 이 같은 사례는 지난 2003년과 2004년에 단 한 건도 드러나지 않은 신종 수법이다. 공항세관 조사총괄과 관계자는 “금괴 은닉수법이 날로 다양해지고 지능화되면서 신체에 은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금괴를 녹여 옷걸이나 장난감 부품, 가방 손잡이 등 생활용품으로 특수 제작하는 수법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신체를 이용한 고전적인 밀수수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3월 영국인 여성이 신체 은밀한 부분에 동전모양 금괴 11점(1.25㎏)과 고가 시계 1점을 감췄다가 적발되는 등 작년에만 7건, 1억6,600만원 상당의 밀수 금이 여행객 신체에서 나왔다. 또 가방이나 겹쳐입은 옷에서 적발된 금괴도 8건, 23억7,800만원 어치에 달했다. 이처럼 다양한 밀수 수법이 동원되는 금괴 밀수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공항세관은 국내외 금 시세 차익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연평균 환율이 2003년 1달러당 1,191원에서 2004년 1,144원, 지난해 1,024원으로 떨어지면서 국내외 금 시세차익은 2003년 1돈당 3,184원에서 2004년 4,383원, 지난해 5,187원으로 커진 것이다. 세관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금 시세차가 줄어들지 않는 한 올해도 금 밀수가 교묘하게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밀수 특별단속반' 활동을 강화해 금괴밀수를 척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부 밀수업자들이 X레이 판독기에서 금과 여타 금속을 식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며 “금은 밀도가 높아 아무리 형태를 바꾸더라도 X레이를 통과할 때 진한 푸른색을 띠게 되므로 쉽게 식별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지난해 국가별 금괴밀수 적발은 홍콩이 14건(561억2,8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만 5건(14억3,300만원), 미국 2건(1억3,100만원)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