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 일 없으면서 과거정권 탓만 하는 참여정부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참여정부의 ‘네 탓’에 일침을 놓았다. 그는 선진화포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참여정부는 분배와 사회보장제도 개선을 위해 별로 한 일이 없으면서 과거정권 탓만 하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허수아비를 만들어놓고 그것을 때리는 허구는 없어졌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역대정부는 각종 연금, 의료ㆍ고용보험, 기초생활보장법 등 성장속도에 맞춰 복지 및 분배관련 제도를 도입했다며 분배악화를 과거정부의 성장지상주의 탓이라는 참여정부의 주장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 전 총리는 참여정부가 소득분배 격차를 줄이는 효과적 방안은 내놓지 않고 양극화를 내세워 사회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일갈 했다. 귀담아들을 만한 원로의 쓴 소리다. 참여정부의 ‘남 탓’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옳고 잘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발목잡기와 실책으로 일이 잘 안 된다고 둘러댄 적이 어디 한 두번인가. 양극화 문제만 해도 개발연대의 압축성장과 그 이론적 틀을 제공한 ‘서강학파’ 탓으로 돌렸다. 경제난은 김대중 정부의 경기부양책, 그리고 반대만 하는 야당과 위기론을 조장하는 언론과 재계 탓이다. 부동산가격 폭등도 언론과 강남주민 책임으로 돌린다. 행정수도 이전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국민들까지 나무랐다. 청와대 전 홍보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는데 국민들은 독재시대의 리더십을 원한다’며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꾸짖었다. 이런 핑계는 일부 일리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사실과 어긋난다. 진보적인 학자들까지 분배문제가 참여정부에서 더 악화됐다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땅값 폭등은 정부가 각종개발 계획을 쏟아낸 것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경제난은 전 정부의 카드 및 건설경기 부양책이 한 몫 한 게 사실이지만 투자활성화를 끌어내지 못한 현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 그런데도 남 탓만 하고 있으니 오만과 독선에 빠져있다는 비판을 받고, 지방선거에서 유례없는 참패를 당한 것이다. 지금 참여정부가 할 일은 ‘국민의 의식수준과 제도’ 등 남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내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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