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불법·편법 난무로 투자자 신뢰상실 불구IT산업발전 젖줄 역할 시장 활성화조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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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코스닥시장을 살려야 한다.'.
코스닥시장이 무자본 인수합병(M&A), 대주주의 지분 예약매매, 시세조종 등 각종 편법ㆍ불법행위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가며 기진맥진하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이 개인투자자의 중심시장으로서 증시기반 확대와 함께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꼽히는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시급히 개선해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등록기업들의 허약한 펀더멘털이 꼽힌다. 실적부진과 경영난이 계속되면서 지분정리나 회사매각에 나서는 대주주ㆍ최고경영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000년 36건에 불과하던 최대주주 변경건수가 지난해에는 140건으로 급증했고 올들어 상반기 현재 73건에 달하고 있다.
주인이 두세 차례 바뀌는 경우는 예사고 심지어 열 차례가 넘는 회사도 있다. M&A 전문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현재 M&A시장에 나온 코스닥기업은 70~80개 정도이며, 연말에는 100~120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코스닥에 등록하자마자 회사를 넘기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이같이 주인이 자주 바뀌고 매물로 나오는 회사가 많다는 것은 악화되는 경영환경에 한계를 느끼고 제 몫을 챙기려는 대주주나 경영자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과정에 증시 주변의 작전세력들이 가세해 변칙적인 M&A, 시세조종 등이 판을 치며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사채를 빌려 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회사 예금 등을 빼내 빚을 갚는 '무자본 M&A', 주식매도 금지기간(보호예수 기간) 중 주식을 넘기는 '예약매매', 유상증자도 하기 전 미리 유자증자 물량을 파는 '딱지치기' 등 각종 편법이 성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주가를 조작하는 작전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불공정매매에 연루돼 검찰에 고발된 코스닥기업 대표이사가 올들어서만도 14명에 달한다.
이로 인해 코스닥시장은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며 멍들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의 코스닥 거래비중은 2000년 초 각각 4%, 1.5% 내외에서 8월 말 현재 1% 안팎으로 떨어졌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코스닥시장과 종목에 대해서는 아예 분석보고서를 내놓지 않기로 하는 등 노골적인 불신을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감독당국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조치는 항상 뒷북치기식이다.
장범식 숭실대 교수는 이와 관련, "코스닥시장은 외국인ㆍ기관이 외면하고 있고 캐피털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경영자의 인식에도 문제가 많다"며 "효율적인 벤처ㆍ중소기업정책, 시장신뢰 회복조치 등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현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