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외 품목도 1.3% 줄어들어/환율상승 불구… 수출경쟁력 한계에수출전선이 무너지고 있다.
9월 수출감소율이 11년 8개월만에 두 자리 숫자를 기록했고 지난 7월부터 3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9월에는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수출만 놓고 보더라도 1.3%나 감소했다. 국제 가격하락에 따른 반도체 수출감소가 전체적인 수출부진을 불러오고 있을뿐 나머지 품목은 견실한 수출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게 정부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9월의 결과는 수출부진이 반도체뿐 아니라 대부분 품목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지난 7월부터 환율이 급상승, 달러당 8백20원대까지 올라 가격경쟁력을 회복시켜주고 있는데도 이처럼 수출이 부진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경우 여건이 별로 나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호전되고 있는데도 수출이 줄어들고 있어 우리 산업의 수출경쟁력이 한계에 다다른 듯한 느낌마저 안겨주고 있다.
수출주력품목들을 놓고 볼때 8월까지 철강수출이 39억7천9백만달러에 불과, 전년동기대비 20.8%나 줄어들었고 석유화학제품 역시 35억5천4백만달러로 8.5%나 감소했다. 조선과 자동차가 전년동기대비 47.3%와 18.7%씩 늘어나 겨우 체면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반도체는 8월까지 1백25억5천2백만달러의 수출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3.3% 감소에 그치고 있지만 연간 목표 3백7억달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데다 가격하락추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앞날이 캄캄한 실정이다.
문제는 최근 이들 품목의 수출부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수출은 9월들어 전년동기대비 47.6%나 감소했고 철강과 섬유제품은 20일까지 각각 5.7%, 2.2%의 감소를 기록했다. 20일까지의 실적은 작년 9월1∼20일에 비해 조업일수가 오히려 2일 많은 기준으로 작성됐는데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통상산업부는 9월의 조업일수가 추석연휴때문에 작년보다 2일 적은데다 작년 9월의 추석연휴가 월초였던 반면 이번 추석연휴는 수출이 집중되는 월말에 있었던 탓에 일시적으로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조업일수 2일분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수출증가율은 마이너스를 면치못하고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만의 수출증가율이 겨우 제로수준을 면할 뿐이다.
그나마 9월중 수입이 통관일수 감소때문에 전년동월대비 2.1% 줄어드는 바람에 무역수지 적자는 15억3천9백만달러에 머물렀다.
하지만 원유가 상승, 소비재수입의 꾸준한 증가세 등을 감안할때 9월의 수입감소는 일시적 현상일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게 확실시되기 때문에 무역적자 폭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요인을 감안, 통상산업부는 올해 연간 무역적자규모는 지난해(1백억달러)의 2배 가까운 1백90억달러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치를 수정했다. 정부는 연초에 무역적자규모를 70억달러 수준으로 내다봤었다.
정부는 최근 수출부진이 심화되자 총체적인 수출 독려에 나서고 있다.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이 거의 매일 업체를 방문, 수출증가에 힘써줄 것을 당부하고 있으며 조만간 김영삼 대통령도 1백50개 수출업체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격려할 예정이다.
경제부처 실무자들은 이제라도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 당분간 고통을 감내하면서 실효없는 홍보성 단기대책보다는 중장기적 체질강화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이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