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강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중국의 위협이 만만찮았다.28일 막을 내린 제1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에서 우승한 한국은 새천년에도 세계바둑 맹주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특히 조훈현 유창혁 이창호 등 이른바 3인방이 올들어 ‘루이돌풍’에 휩쓸려 흔들리는 기미를 보인 가운데 일궈낸 우승이었기에 그만큼 가치가 빛났다. 농심배는 한·중·일 3국이 각각 대표기사 5명을 내보내 연승전이란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단체전. 3국의 평균적인 바둑실력이 드러난다. 똑같은 방식으로 치러진 과거 진로배에서 싹쓸이 5연패를 이뤘던 한국으로선 국가대항 단체전 6연패에 성공한 셈이다.
우승컵은 한국이 차지했지만 사실 막판까지 팽팽한 양상의 접전이었다. 각국 4명의 기사가 물고 물리면서 모두 물러난 가운데 마지막 남은 기사는 3국의 주장 3명뿐. 여기서 이창호 9단이 일본과 중국의 주장인 조선진 9단과 마샤오춘 9단을 차례로 불계로 제압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하지만 조훈현, 유창혁 9단은 각각 1승1패, 1패로 아쉬움을 남겼다. 조 9단은 도쿄 2라운드에서 ‘한국기사 킬러’인 요다 9단(일본)의 3연승을 저지하는 개가를 올렸으나 이번 서울 3라운드 첫판에서 중국의 창하오 9단에게 덜미를 잡혔으며 유창혁 9단도 창하오의 ‘3연승 황사바람’에 희생됐다. 중국의 1인자 창하오의 3연승은 앞으로 한국이 중국과 만만찮은 경쟁을 펼쳐야 함을 암시해 줬다.
이번 대회의 큰 소득중 하나는 중국, 일본과의 ‘영파워 대결’에서 완승했다는 점이다. 1라운드에서 차세대 주자 목진석 4단이 일본의 야마시타 6단과 중국의 치우준 4단을 연파한 데 이어 2라운드에서 김영삼 4단이 중국 ‘6소룡’ 중 한명인 뤄시허 8단을 눌렀다. 야마시타, 치우준, 뤄시허는 나란히 일본과 중국의 손꼽히는 유망주다.
한편 이번 농심배는 1라운드가 벌어진 상하이에서 TV와 신문 등 언론매체가 대대적인 관심을 보여 중국시장 진출을 노리는 주최사 농심을 흡족케 했다. 농심은 원년대회 성공에 고무돼 올가을 예정된 2회대회부터는 현재 1억2,000만원, 700만원인 상금과 대국료를 각각 인상하고 연승상금을 신설해 보다 매력적인 대회로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김후영 기자입력시간 2000/03/31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