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을 거품빼기의 기회로(사설)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불황극복에 대한 대책이 여러 갈래로 논의되고 있다. 정부 쪽에서는 금리인하, 사회간접자본 확충, 규제완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재계에서는 임금인상 억제, 생산성 향상, 생산시설의 해외이전 등을 위해 애쓰고 있다. 호황일 때에는 아무것도 안하다가 경기가 침체되니까 이제서야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늦었지만 정부와 기업이 합력하여 이 난국을 헤쳐나갈 지혜를 모을 때다.불황극복책으로 재계에서 요즈음 불고 있는 바람이 감량경영이다. 명예퇴직이니, 조기퇴직이니 하는 소리가 널리 퍼졌다. 정부의 경쟁력 10% 높이기 선언 이후 경영전략은 변형되었지만 기초는 다를 것이 없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의아한 점은 왜 획일적인 방안밖에 생각해 내지 못하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불황이라 하더라도 임원들 중의 어떤이는 기업에 큰 공헌을 할 수 있을 텐데 그 사람의 임금도 동결한다면 불합리하다. 만일 그렇다면 임금동결 결정은 재벌그룹을 무사안일을 지향하는 임원들로 가득 채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명예퇴직제의 결과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즉, 명예퇴직제란 될 수 있으면 조직내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인원을 줄여 인건비를 절감하고 조직을 보다 가볍고 탄력적으로 만들어 보자는데 그 취지가 있는 제도다. ○감량이 최선책 아니다 그런데 정작 이 제도를 실시해보니 별 필요가 없어서 나가주었으면 하는 사람은 그대로 있고 우리 조직에 꼭 필요하고 능력있는 사람이니 머물러 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명예퇴직 신청을 해온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능력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못했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능력이 있든 없든 잘될 때는 다같이 잘 받고 못될 때는 다같이 고생하자는 논리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못받아 왔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성과에 무임승차하여 보수를 받는 모순을 계속 묵인해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과 같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를 되살리려는 시점에서 임금동결이나 봉급 한자릿수 인상과 같은 획일적인 대책을 반복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번 기회를 능력과 성과에 따라 차별을 두는 봉급체계가 정착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재계에 당부하고자 한다. 여건이 어려울수록 좋은 성과를 거둔 사람에게 이에 걸맞는 성과급을 줌으로써 다른 조직원들에게 동기유발을 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능력따라 임금 차등화 각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여 이에 따라 봉급을 차등화시키기 위해서는 평가방법이 보다 구체적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것이어야 한다. 미국의 택배회사 페더럴 익스프레스사는 이 회사의 경영목표와 성과평가지표를 잘 연결시켜 경영혁신을 이루어낸 회사다. 이 회사의 경영목표는, 첫째 우수한 인적자원, 둘째 고객에 대한 서비스, 그리고 셋째 이익이다. 이 각각의 목표에 대하여 각 담당자들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수치화하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성과 평가의 구체화를 예를 들면 서비스에 대해서는 전사적으로 서비스면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 열두 가지를 정해놓고 이를 벌점화하였다. 즉, 소포가 다음날 열시 반까지 배달이 안되면 벌점 1점, 4일째까지도 배달이 안되면 5점, 소포가 분실되거나 파손되면 10점을 주는 식으로 가중치를 매기고 있다. 이 점수는 다음날 아침 10시면 그 전날의 실적에 따라 담당자별로, 또 전사적으로 집계된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던 87년에는 하루 평균 90만건의 소포처리에 전사적으로 벌점 15만점을 기록했는데 요즘은 하루 평균 2백만개의 소포처리에 벌점은 약 10만점으로 줄었다. 앞으로 5년 후에는 이 벌점을 1만점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인적자산에 대한 평가는 10가지 질문을 통해 직속 하급자가 상관을 평가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회장 자신은 12명의 부사장들에게 평가받고 전사적으로 조장 이상은 모두 직속 종업원에게 고과점수를 받고 있다. 이 점수도 과거 70점의 평균에서 이제는 80점 수준으로 올라섰고 인적자원의 질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경영진 5백명의 보너스를 3분의 1은 서비스 점수에, 3분의 1은 고과점수에, 또 3분의 1은 이익에 직결시켜 놓고 있다. 이런 노력이 서비스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경영대상을 수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업 내에 거품이나 비능률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불황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우리 기업들이 불경기를 힘겨워하는 것은 그만큼 체질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적자원의 관리가 허술한 점이 문제다. 우수한 인적자원 양성과 관리가 경쟁력제고의 한가닥이며 불황 타개책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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