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통령 선거 때면 으레 각종 폭로가 줄을 이었고 그때마다 수사의 칼자루를 쥔 검찰이 본의 아니게 '대선용 폭로 쇼' 무대의 한가운데 서야 했다. 올해 대선 정국 역시 '여야 공천헌금 의혹 사건'에 이어 '안철수 불출마 종용 협박 의혹'이 터지면서 검찰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에 대한 의혹에 관해 안 원장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거 정권 말만 되면 정치권에서 초대형 정치의혹을 폭로했던 점을 감안할 때 안 원장과 관련된 의혹이 다시 제기될 수 있고 안 원장의 공식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어떤 형식이든 이에 대한 검증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2007년, 2002년, 1997년 대선을 앞두고 BBK사건, 병풍, DJ비자금 등 굵직한 정치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검증 과정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07년 대선에서는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제기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사건'이 폭풍의 눈이었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강남 도곡동 땅을 차명으로 사들인 뒤 포스코에 압력을 넣어 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은 '병풍(兵風)' 수사로 요동쳤다.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 정연씨와 수연씨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병역을 면제 받은 사건이 논란이 됐고 이 후보의 측근 이형표씨가 두 아들의 병역 면제를 위해 애쓴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찰이 대대적인 계좌추적에 착수했다. 이후 사건 폭로자인 김대업씨가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며 병풍 의혹이 허위로 결론 났지만 대선에서는 이미 이 후보가 패배한 뒤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 대선에서는 'DJ 비자금' 사건이 대선 정국을 흔들었다. 당시 여당이 김대중 후보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관리 사실을 폭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검찰에 눈길이 모아졌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수사 보류 결정으로 비자금 수사는 대선 이후로 미뤄졌고 의혹은 확인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올해 대선 정국은 '여야 공천 헌금 사건'에 이어 공식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안 원장에 대한 '불출마 종용 협박 의혹'까지 터지며 또다시 대선용 폭로 사건이 정국을 뒤흔들 조짐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켜나가겠다"고 언급한 한상대 총장의 의지를 받들겠다는 입장이다. 대검의 한 고위관계자는 "어떤 사건이건 정치적 중립 논란에 휩쓸리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며 여야 공천헌금 의혹 사건, 저축은행 비리 사건 등 최근 이슈가 된 대형 사건은 이르면 이번달 안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