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파이낸스] (상) 사설사 난립 업체수도 모른다

편법수신의 종말인가. 높은 배당률을 제시해 고객 돈을 끌어들인 뒤 원리금을 갚지 않거나 고의로 부도를 내고 잠적하는 「편법·부실 파이낸스사」들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부산지역에선 고객피해가 심각한 상황으로 사회문제까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부산시는 27일 오후 금융관련 기관장 간담회를 갖고 대책마련에 나섰다.그러나 파이낸스사는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대책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부산지역부터 피해가 터져나오기 시작해 대구·경북·서울지역으로 문제가 확산되어 가고 있는 사설 파이낸스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대책 등을 알아본다. 지난 21일 부산의 서진파이낸스는 만기가 돌아온 투자자들의 원리금 9억여원을 갚지 못했다. 고객들은 서진을 상대로 법원에 원금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파이낸스사들은 고객들이 맡긴 돈을 예금이 아니라 출자금 형식으로 받는다. 또 정부는 예금이 아닌 투자자금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은 사기를 당한 것과 같이 빌려 준 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사설 파이낸스 현황= 전국에 걸쳐 있는 사설 파이낸스사의 정확한 업체수와 고객수, 차입 규모 등은 누구도 모른다. 현재 부산·경남지역에만 80여개의 파이낸스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7일에도 두개의 파이낸스사가 새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서울, 경기, 의정부 등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정확한 실태파악도 안된 상태다. 이는 파이낸스사가 금융기관이 아닌 상법상 회사로 정부나 감독기관의 허가나 감독을 받을 필요가 없고 자본금 5,000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커지고 있는 곳은 부산이다. 96년 1월 파이낸스사가 가장 먼저 설립된 부산은 지난해 4개 파이낸스사가 도산하는 등 매달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저금리 시대에 고금리의 투자이익을 배당하는 파이낸스사의 부실은 더 심해지고 파산으로 인한 고객 피해는 부산 뿐 아니라 대구, 경북, 서울지역까지 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출자금 유용·배당금 지급불능= 빈번한 사고는 출자금 유용과 배당금 지급불능. 지난해 부산의 J파이낸스와 S파이낸스 대표가 고객들의 출자금을 챙겨 잠적했다. S파이낸스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부도처리됐다. 동부투자금융의 자회사인 J파이낸스는 월 20~30%의 높은 이자를 조건으로 150여명의 고객들로부터 1인당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씩 모두 70여억원을 끌어들인 후 이자와 원금 지급을 미루다가 대표가 잠적했다. 신한벤처파이낸스도 250여명으로부터 10억원의 자본금을 모은 뒤 아무 말 없이 영업을 중단하고 사장이 사라졌다. IMF직후 고금리시대에 버섯처럼 생겨난 파이낸스사들이 저금리시대가 도래하자 설땅을 잃어버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파이낸스사들도 무리한 사업확장과 고배당으로 자금압박을 받고 있어 이같은 사태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출자조건으로 채용, 채용후 임금체불= 상당수 파이내스사들은 직원을 채용할 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대의 출자금을 받는다. 일반직원은 700만~1,000만원, 차장급은 2,000만원선의 출자금을 내고 입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영난으로 입사후 출자금에 대한 배당은 물론 임금을 몇 달째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서울에 진출한 모파이낸스사도 임금을 체불해 직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하지만 대다수 직원들은 몇 달째 임금을 체불해도 출자한 돈마저 돌려받지 못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관계당국은 파이낸스 직원들의 경우 정식 금융기관과 달리 회사에 출자를 하고 주주가 된 것으로 간주,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직원들과 투자자들의 피해만 늘어가고 있다.【우승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