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중산층 소비 늘리는 정책을

고객들을 대면해야 하는 일선 프라이빗뱅킹(PB) 점포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가을 아침만큼이나 차갑다. 최근 한 고객은 “올초 은행의 담보대출을 받아 서울에 20평형대 아파트를 마련했는데 요즘 치솟는 시중금리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이 고객은 당장 늘어나는 이자부담을 어떻게 하느냐며 한숨을 내뱉으며 당장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년 전 강남에 30평형대 전세 아파트를 마련한 또 다른 상담고객은 최근 오랫동안 적금처럼 부었던 금융상품을 해지했다. 전세 만기연장을 앞두고 집주인이 급등한 가격만큼 전세금을 올려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고객은 수년간 저축한 자금을 전세연장을 위해 출금하면서 집을 장만할 때까지는 갖고 싶은 새 차 구입도 당분간 미루겠다는 말을 남겼다. 여전히 국내 경기를 짓누르고 있는 소비위축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위축은 빈부격차 심화, 소비 양극화의 한 단면을 이루는 저소득층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중산층ㆍ고소득층으로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저런 사유로 소비를 줄이고 있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관찰된다. 굳이 자영업자들의 매출감소에 대한 하소연을 담은 언론보도를 들먹이지 않아도 지갑을 더욱 굳게 닫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내수소비 위축과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불만은 일부분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르는 금리, 치솟는 유가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정부의 일련의 세제정책, 내수활성화 대책 등에 대한 유감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가계가 지출의 군살을 빼려고 애쓰는 만큼 정부도 예산절감을 위해 노력하는지, 세수부족을 걱정하는 만큼 소비회복을 이끌 대책마련에 고민하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중산층 가계에서도 소비를 늘리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현재의 소비위축은 소득수준 하위 20%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정부가 중산층 가계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돈지갑을 열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는 한 일반 국민들의 소비확대도, 내수경기 회복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황찬규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영업부 PB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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