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단소송제 보완 건의 적극 수렴하기를
李부총리, 재계 3대 요구 "수용못해"
전경련 "집단소송제 시행 2년 유예를"
재계가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증권집단소송제의 보완을 정부에 공식 건의하고 나섰다. 전경련ㆍ대한상의ㆍ한국상장사협의회ㆍ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ㆍ한국공인회계사회 등 5개 단체가 공동으로 낸 건의서의 골자는 과거의 분식회계에 대한 면책과 기업들이 과거 분식을 정리,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 시행을 2년 연기해달라는 것이다. 현실적인 여건과 증권집단소송제의 취지를 감안할 때 정부는 재계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증권집단소송제는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ㆍ등록법인에 대해, 2007년부터는 모든 상장ㆍ등록법인으로 확대 시행된다.
과거 분식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보완이 필요한 것은 우리 기업들이 규모와 업종을 떠나 일종의 관행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지난달 12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85.6%가 과거 분식 회계로 인한 집단소송의 남발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는 분식 경험이 있는 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제는 재계의 지적대로 회계특성상 과거의 분식이 그 시점에 끝난 사안이 아니라 해를 넘기면서 연속적으로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최근 몇 년 전부터 깨끗한 회계를 해왔어도 그 이전에 발생한 문제에 발목을 잡힐 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늘 ‘과거사’ 걱정에 사로 잡혀있으면 경영활동이 위축될 것은 뻔한 일이다. 분식회계는 이제 예전과 달라 기업의 존폐를 가름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이렇다 할 조치 없이 제도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엄청난 부작용과 후유증을 불러일으키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 힘든 지경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증권집단소송제의 도입취지도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잘못이 있다면 그것이 과거의 것이라 하더라도 책임을 묻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이보다는 앞으로 경영 투명성을 제고해 신뢰성을 높이고 소액주주들을 보호하며 더 나아가 경제전체의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 이 제도를 도입한 목적 아니겠는가.
따라서 과거 분식에 대한 면책을 해주거나, 이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기업들이 잘못된 과거를 정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업들도 이제는 말로만 분식회계 청산을 외칠 것이 아니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올들어 적발한 분식회계 건수가 102건으로 지난해 한해 전체의 적발건수를 넘어섰다. 분식회계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선처 건의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4-09-15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