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귀국이후 SK비자금의 한나라당 유입파문속에서 두문불출하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이번 사태에 본격 대응하고 나서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24일 오전 대선 당시 대선기획단장을 맡았던 신경식 의원에게 전화를 건 데 이어 김기배 의원 등 한나라당내 일부 측근들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측은 그동안 “마치 무슨 대책회의라도 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면서 과거 측근들이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 전 총재 자택 방문도 `사양`해왔다는 점에서 이날 통화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신 의원을 비롯해 이 전 총재와 통화한 사람들은 통화 내용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으나, SK비자금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 의원은 23일 낮 이 전 총재를 방문했었다.
또 최병렬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한 지난 22일 홍사덕 총무가 옥인동 자택으로 이 전 총재를 방문해 만난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이 전 총재측과 한나라당이 이미 직.간접적으로 공동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을 가능성도 지적된다. 최돈웅 의원이 SK비자금에 대해 한나라당 대선자금으로 쓰였다고 밝힘에 따라 `이젠 이 전 총재가 밝혀야 한다`는 당 안팎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가는 상황이다. 이 전 총재측은 그러나 당장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단은 상황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재는 지난 20일 귀국 회견에서 최돈웅 의원의 SK비자금 수수에 대해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다”면서 “문제가 생겼다면 마땅히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동석기자 freu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