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선생은 그림 팔아서 돈 번다는 생각은 안 했지. 그림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다 나눠주고, 그림 줄 때도 얘가 진짜 그림을 좋아하느냐, 그거 보고 주는 거야. 그림 그려 놓고는 안 봐. 자기한테는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거지. 그래 사인 딱 끝나면 벌써 딸 부르는 거야. 얼른 가져가라고. 사인할 때까지 씨름하는 거지.』이중섭·박수근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장욱진(1918-1990)의 평소 모습이 그랬다. 장욱진의 아내 이순경이 평소 남편을 두고 한 말이다.
장욱진의 색깔있는 종이그림 10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리러 현대(02~734-8215)에서 15일부터 8월 5일까지 열린다.
이번에 전시되는 종이그림은 주로 70년대 중반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어린이와 가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나무, 집, 새, 어린이, 마을, 가축등을 주 모티브로 삼아 자신과 주변의 일상적인 이미지들을 소박하고 정감있는 어린아이같은 천진난만한 눈으로 표현한 그림들이다.
장욱진은 일본 무사시노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미대 교수(1954~60)를역임하기도 했으나 평생 작업에만 전념한 작가. 『나는 심플하다』면서 작은 그림만을 그린 장욱진은 특히 종이그림에 많은 열정과 시간을 투자했다.
그가 남긴 종이그림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되는데, 하나는 화선지나 한지에 먹붓으로 「붓장난」한 이른바 먹그림이 있고, 다른 하나는 스케치북, 낱장 갱지, 수채화용 종이등에 매직으로 그린 종이그림이 있다. 이번에 갤러리 현대에서 전시하는 작품들은 매직으로 그린 종이 그림들이다.
교외로 다니면서 소묘처럼 제작한 종이그림은 그 완성도에 있어서 유화에 필적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특히 자연과 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를 조화롭게 그러낸 특별한 조형세계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기간중 장욱진 그림에 대한 특강이 16, 23, 30일 오후 2시부터 있다. 또 어린이그림잔치가 19일 오후 2시부터 마련됐고, 어린이글잔치 역시 26일 오후 2시에 있다.
이와함께 갤러리 현대에서 24일 오후 6시부터 김준호·손심심 부부의 「우리 소리 우습게 보지말라」라는 주제의 공연이, 31일 오후 6시에는 노영심의 「여름밤의 이야기 피아노」 연주회가 마련됐다. 전시장은 무료입장이고 음악회 입장료는 1만원이다.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