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 텔레콤 "냉기류"
"휴대폰 유통 SK텔레콤 지배구조에 불만" 삼성측 300만화소 폰등 KTF에 몰아주기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힘겨루기가 가시화되며 두 업체간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업계에선 이들 정보기술(IT) 공룡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놓고 전면전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SK텔레텍의 몸집 불리기, 첨단 휴대폰 공급 등 곳곳에서 마찰음을 내며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MP3폰, 200만화소폰, 300만화소폰 등 전략 휴대폰을 잇따라 KTF에 몰아주며 SK텔레콤에 대한 '감정'을 드러냈다. 휴대폰 제조사들이 월등한 구매력과 가입자 기반을 갖고 있는 SK텔레콤에 신제품을 우선적으로 공급해 온 관행을 감안하면 극히 이례적이다.
여기에 최근 SK텔레콤의 휴대폰 보조금 지급 요청을 삼성전자가 거절하고 이를 전후해 삼성의 내수시장 점유율도 하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SK텔레콤에 대한 삼성전자의 반감은 그동안 SK텔레콤이 칼자루를 쥐어온 휴대폰 유통구조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SK텔레콤이 거느리고 있는 휴대폰 제조업체 SK텔레텍에서 신기능을 추가해 출시한 단말기의 강세로 애니콜의 판매가 위축된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과의 갈등설은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있지만 새로운 도약을 위한 조정단계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SK텔레콤에 끌려다녔던 삼성전자로선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는 관계 정립을 모색해 볼 때가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내수시장이 중요하긴 하지만 비중으로 따지면 전세계 공급량의 7~8%에 불과하다"며 "SK텔레콤쪽 물량이 다소 줄어든다고 해도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SK텔레콤의 과도한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자체 유통망을 꾸준히 확충해 왔다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SK텔레콤 측은 "천하의 삼성전자가 SK텔레콤에 마냥 끌려다니기만 했겠느냐"고 반박하며 삼성전자의 속내를 의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SK텔레텍의 성장 전략을 큰 위협으로 느껴 강력한 견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이 중저가 휴대폰 위주로 형성되면서 삼성쪽 주문량을 줄인 것은 사실"이라며 "상호 견제는 끊임없이 있어 왔는데 삼성전자가 갑자기 강하게 나오는 것은 SK텔레텍 탓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두 회사의 힘겨루기가 적당한 선에서 봉합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의외로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휴대폰 유통구조상 오래 전부터 잠복된 갈등이어서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서로 어느 정도 양보하고 명분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
입력시간 : 2004-07-22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