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천년 맞아 버려야 할 것들

새천년·새로운 세기에 진입하려는 이 때에 새삼 과거를 되돌아보면 이런 많은 변화들이 우리에게 정치·경제면에서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빈곤으로부터의 해방, 세계속에서 국가위상의 부상, 독재와 군사정치로부터 민주사회에로의 발전 등이 빼놓지 못할 성과다.■규제·편법·官治·불투명성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아직도 속히 털어 버려야 할 문제점들이 우리경제 속에 버젓이 남아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경제수준에 비춰보았을 때 너무도 걸맞지 않는 것들이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이 규제 위주의 경제다. 말로나 정책으로는 무수히 시장경제를 부르짖고 있으나 아직도 경제의 곳곳에서는 시장이 제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 쓸데없는 규제나 형평성이라는 구호 때문에 시장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교육과 의료 서비스다. 학교의 입학정원과 수업료를 학교재량으로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입시 지옥이라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의료수가를 의사나 병원이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알아서 정하도록 놓아두질 않기 때문에 병원은 환자들로 붐비지만 진료는 제대로 받질 못하고 있다. 최근에 일고 있는 의사들의 보험의료수가에 대한 반발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로 털어 버려야 할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투명성에 대한 거부반응이다. IMF사태를 겪게 됐던 이유 중의 하나가 투명하지 못했던 우리의 회계관행이다. 한보나 기아의 부도처리 과정에서 밝혀졌듯이 엄청난 금액의 부채가 숨겨져 있었고 이익수치의 조작도 대단했었다.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이 우리를 외면한 것도, 국가신용도가 추락한 것도 당연했다. 이런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이나 정부가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아직 미약한 듯하다. 일례로 기업이 산출해 내는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수수료는 예전의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금액으로는 회계정보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기업이나 회계사들이 뻔히 알면서도 옛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흠이나 약점이 좀 드러나더라도 투명한 것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데 더 유리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감추려는 자세보다는 솔직한 자세가 요구되는 시대다. ■제조업위주 思考도 고쳐야 셋째로 들 수 있는 것은 제조업 위주의 사고체계다. 지난 삼사십년간 우리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제조업이다. 섬유로부터 시작해서 신발·자동차·선박·철강 등 일본을 추격하며 경제발전의 주축이 됐던 것이 제조업이다. 그러나 이제 제조업의 시대는 지나갔다. 제조업은 신흥개발국의 몫이지 선진국의 몫은 아니다. 선진국들간의 경쟁은 이젠 지식과 정보산업에서 결판이 나게 됐다. 우리 돈으로 환산해서 월 3만원만 주면 일할 수 있는 노동력이 넘치는 나라들과는 제조업에서 이기기 어렵다. 제조는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제품개발이나 기술개발, 또는 정보통신및 전자상거래 분야에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이나 과거의 청산에 매달려 있는 우리의 모습도 버리고 가야할 과제다. 새천년·새로운 세기에는 이러한 구습(舊習)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구축해야 한다. /서울경제 1999년 12월27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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