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사고에 대한 대응 능력을 한 곳으로 모은 국가안전처 설립을 계기로 교통안전 기능을 분리해서 맡고 있는 교통안전공단과 도로교통공단의 통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두 기관은 각각 운전자와 차량 관리라는 업무를 맡고 있지만 효율적 교통안전 대책과 예산 절감을 위해 통합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관료들이 퇴직 이후 자리보존을 위해 기관을 합치는 것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도로교통공단은 운전면허관리와 교통신호체계 관리, 교통단속장비의 검사 등 교통안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 운전자교육 등 교통안전홍보와 교통방송(TBS)사업도 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버스·화물차·항공기·철도 등 사업용 운송차량과 운전자의 자격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 자동차검사와 주차장·기기 등 안전검사 업무, 자동차·도로·철도·항공 안전지원 업무도 하고 있다.
두 기관이 안전과 관련해 비슷한 업무를 하지만 분리돼 있다 보니 교통사고율을 낮추는 데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14세 이하 어린이 보행 사망자수가 0.7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0.4명)의 두 배에 달한다. 또 65세 이상 노인 사망자수는 15.6명으로 0ECD 회원국 평균(3.3명)의 5배에 육박한다.
하지만 교통안전 업무가 두 기관으로 분리되면서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낮추는 전방위적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교통안전공단은 차량의 안전도 향상과 교통시설물 등을 담당하고, 도로교통공단은 교통안전구역과 예방교육을 담당한다. 기관이 분리돼 있다보니 국회는 중복된 업무를 각각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국정감사에서 교통안전공단에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이 높은 점과 관련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적했고, 지난 2012년 도로교통공단에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각각 유사한 업무를 하며 비용을 중복으로 사용했지만 어린이와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발생률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의 올해 예산은 3,338억원으로 이 가운데 정부 지원금은 2,872억원에 달한다. 도로교통공단은 올해 예산 2,589억원 전체가 정부 지원금이다. 따라서 두 기관이 통합될 경우 정부 예산도 상당히 감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두 기관은 상호 논의 없이 업무영역을 확장하면서 서로 업무가 중첩되며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또 교통사고 사망률 감소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미흡하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들 기관이 통합에 반대하는 표면적 이유는 사업영역과 관련 법제가 다르다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은 현재 경찰청, 교통안전공단은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이다. 도로교통공단은 주업무인 운전면허 자격부여·관리업무가 경찰 소관이어서 편제상 경찰청 산하 기관으로 존재해야 하고, 교통안전공단은 사업용 운전자 면허와 차량 관리가 국토부 소관인 만큼 관리주체가 국토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따져보면 '관피아'들이 퇴직 이후 자리 보존을 위해 통합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재 도로교통공단은 신용선 전 부산지방경찰청장이 이사장이고, 임원 12명 중 과반수가 넘는 7명이 경찰 출신이다. 교통안전공단은 정일영 전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전임인 정상호 이사장 등 국토부 출신들이 이사장직을 도맡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