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경제 하반기 회복 증후군

미국 경제가 3년째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생겨난 용어가 `하반기 회복 증후군`이다. 2001년 상반기에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물론 뉴욕 월가의 내로라는 경제 전문가들이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1년 하반기에도 미국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다. 9ㆍ11 테러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 다음해인 2002년 상반기에도 대부분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하반기 회복론을 합창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에 연이은 회계부정 사건이 터지고, 이라크 전쟁이 임박하면서 미국 경제는 저성장을 기록했다. 올해도 그린스펀 의장은 “하반기에 경제가 탄력을 받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월가 이코노미스트들도 역시 하반기 회복론을 펼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하반기 회복론이 맞지 않았던 것은 테러, 전쟁, 회계부정 등의 돌발 변수 때문만이 아니다. 미국의 생산 설비 과잉이 해소되지 않았고, 달러와 주가, 부동산, 소비의 거품이 꺼지는데 한 두 해로 모자랐던 것이다. 그러면 지난 3년 동안 틀렸던 전망이 올해는 맞을 것인가. 올해는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미국 경제가 좋아질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아직 미국 경제의 거품이 완전히 꺼졌다는 증거가 없다. 첫째, 제조업 부분의 취약성은 여전하다. 이라크 전쟁 후에도 제조업 주문과 투자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둘째, 소비 둔화가 눈에 띠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년간 미국 소비를 버텨온 자동차 매출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셋째, 최근 뉴욕 증시가 상승했지만 주가수익률(PER)은 오히려 뉴욕 증시 피크기였던 2000년 3월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라크 전쟁이 끝나고 미국 거시지표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앞서 6개월 동안 미뤄졌던 소비와 투자가 몰려 나온 것으로, 올해도 미국 경제는 착시 현상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경제 관료와 경제 전문가들도 3년째 하반기 회복론을 외쳤고,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하반기에 한국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불과 며칠 전에 하반기 위기론을 펼쳤던 그가 갑자기 견해를 바꾼 것이 이채롭다. 미국이 하반기 회복론을 펼치는 이면에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 정책을 펼치고, FRB는 여차하면 금리를 인하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국제 환경에 크게 좌우되는 한국 경제로서는 뜬금 없는 낙관론에 마냥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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