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건강보험 보장성 80%의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80%로 확대하고 4대 중증질환 진료비의 전액보장을 약속했다. 보장성 80%라는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보장성이 80%이고 이들 국가들이 현재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수준인 2만7,000달러일 때 80%를 달성한 데서 나왔다. 이제 보장성 80%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됐다.

그러나 보장성 80% 확대는 그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보장에서부터 순탄치 않은 길을 예고하고 있다. 4대 중증질환은 암ㆍ뇌혈관질환ㆍ심장질환ㆍ희귀난치성 질환인데 이들의 보장률은 현재 70% 안팎이다. 공약을 이행하려면 연간 약 3조5,000억원은 추가로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로 비급여의 50%를 차지하는 선택진료비와 병실료차액ㆍ자기공명영상장치(MRI) 급여화에 비용이 소요된다.


부과체계 단일화로 재원 마련 가능

그렇다면 재원마련 방안은 없는 것인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8월 현행 건강보험 부과체계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 정부와 국회에 건의한 바 있다. 현재 지역가입자ㆍ직장가입자ㆍ피부양자 등으로 나눠진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로 단일화하고 소비세를 0.51% 인상한다면 향후 5년간 23조3,000억원의 재원확보가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현재 보험료부과의 불공정성으로 발생하는 연 6,200만건에 이르는 보험료 불만민원을 해소하면서 보험료 인상 없이 보장성 강화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이다.

유럽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보험료 인상만으로는 증가하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닫고 간접세와 직접세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재원을 조달해왔다. 이는 OECD 권고사항으로 일본 역시 얼마 전 소비세를 5%에서 10%로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주된 원인이 의료비였다. 우리나라도 지금처럼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방식만으로 늘어나는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보험료율을 크게 인상시킬 경우 가계는 물론, 기업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해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도 있다.


진료 패러다임 바꿔 누수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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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이 충분히 마련됐다 해도 새는 곳을 막지 못한다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노인인구의 증가로 현재의 치료중심체계를 예방과 건강증진체계로 진료의 패러다임을 선진국과 같이 바꿔야 한다. 또 급여 결정구조와 진료비지급체계를 합리화한다면 누수되는 재정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건강보험 재정의 압박요인은 건강보험의 지속성을 걱정해야 할 만큼 크다. 유례없이 빠른 노인인구 증가속도와 이에 따른 의료비 급증,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수혜자 증가와 부담자 감소는 머지않아 우리에게 다가올 위험이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세계보건기구(WHO), OECD 등 국제기구도 모범사례로 꼽을 만큼 인정받고 있다. 우리는 국민소득이 아직 개발도상국 수준이던 지난 1977년 건강보험을 도입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전국민 의료보험시대를 열었다. 우리의 저력을 또다시 발휘한다면 보장성 80%와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보장은 충분히 이뤄낼 수 있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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