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회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대 에너지 기업 릴라이언스 등 인도 상위 10대 기업의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총부채가 사상 최초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0년간의 고속성장 시기에 에너지와 인프라 사업 등에 과도한 투자를 한 것이 부채증가의 직접적 원인이다. 일례로 에사르그룹은 세계적 규모의 정유공장과 제강소ㆍ발전소 등을 짓기 위해 2007년 이후 180억달러를 썼고 이 때문에 에사르그룹의 순부채는 올해 현재 136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최근의 모건스탠리 자료에 따르면 이들을 포함해 인도가 가진 달러 표시 채무는 2,250억달러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환율하락에 대비한 헤지를 하지 않았다. 최근 루피화 가치하락으로 이 채무를 지고 있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높아진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들의 채무부담은 고스란히 금융기관의 몫으로 떠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루피화 및 채권의 최근 하락세는 인도 기업들이 올해 재융자를 받는 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악성채무 증가는 정부 주도의 금융 시스템하에서 고스란히 은행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에도 루피화 하락은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인도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가격을 2~3%가량 올렸다. 루피화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입부품 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도 '마루티스즈키'의 모회사인 일본 스즈키그룹도 최근 "루피화 하락이 계속되면 수입부품 가격 인상과 로열티 비용 상승으로 마루티의 이익이 급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환율불안과 낮은 성장으로 인도 진출 글로벌 기업은 '제2의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