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최 회장과 조합장 출신 이사들이 농협은행의 영업본부장 직급을 없애고 이보다 낮은 금융부장이라는 직제로 인사개편을 단행하려 했으나 농협은행 측의 반발로 무산됐다.
농협은행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2013년 조직개편 및 정원 편성안'을 의결했다. 이번 편성안에서는 당초 농협중앙회가 추진했던 금융부장직 신설 계획 대신 영업본부장 직함을 '부행장보'로 변경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당초 농협중앙회는 전국 18개 시도지역본부의 중앙회 소속 지역본부장과 은행의 영업본부장 간 업무 중복 및 혼선을 이유로 은행 영업본부장직을 금융부장직으로 '격하'하는 안건을 상정한 바 있다. 중앙회는 그대로 본부장직제를 유지하되 은행 소속 본부장들은 금융부장으로 아예 한 단계 낮은 직급으로 묶어 인사권한을 중앙회에서 가져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농협은행 노조 측이 이사회 직전 임원실 점거농성에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부행장보'로 직함을 변경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됐다.
NH농협 노조 관계자는 "신경분리가 됐지만 최 회장과 중앙회 이사들은 여전히 금융지주를 중앙회 밑의 계열사 정도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 셈"이라며 "신경분리의 기본 취지에도 어긋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직제 갈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불거져 나오던 사안이다. 대표적으로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조직 내 정식 명칭은 '대표이사 회장'이다. 국내 5대 금융지주 회장 중에 '대표이사 회장'이라는 직함을 지니고 있는 회장은 신 회장이 유일한데 이 역시도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과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같은 직제를 쓰는 것 자체에 대해 중앙회 쪽에서 거부감이 컸다"며 "농협금융지주 출범 당시부터 정관에 금융지주 회장 직함을 '대표이사 회장'이라고 명시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직제 체제를 갖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편 부행장보직 신설과 함께 이번 조직개편에서 농협은행은 은행 내 유사 부서 6곳을 통합, 현재 41개 부서가 35개 부서로 감축했다. 또한 영업점 마케팅 강화를 위해 본부 등 후선부서 직원 200여명을 감축해 일선 영업점으로 재배치한다.
이에 앞서 농협금융지주는 정규직 정원을 98명에서 88명으로 감축하고 상무(집행간부) 정원을 3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한 바 있다.
당초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 및 계열사 등을 포함해 500명 이상의 인력 감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올해는 희망퇴직 등 인력 감원 없이 조직 개편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