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철가방에 꿈 담아 유럽 일주했죠

오토바이로 100일간 여행한 장우석·박승현씨

여행 경험 담은 책 출간 계획도

지난해 11월 루마니아에서 박승현(왼쪽부터)·장우석씨와 현지 대학생들이 오토바이를 앞에 두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박승현씨

"유럽 대학생들도 한국 젊은이들처럼 미래가 불안하고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모두 꿈이 있고 그 꿈의 소중함에 공감했습니다."

유럽 전역을 낡은 오토바이 한 대로 돌며 각국 대학생들의 소망을 '꿈의 철가방'에 담아온 성균관대 재학생 박승현(24·컴퓨터교육과2)씨. 그는 "힘겨운 100여일의 여정은 어떤 꿈을 꾸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꿈 자체가 소중하다는 점을 깨닫는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아일랜드 여행 중 직장생활을 접고 여행을 온 장우석(27·연세대 졸)씨를 우연히 만나 함께 유럽 대장정을 준비했다. 지난해 9~12월 영국을 시작으로 덴마크·독일·스웨덴·핀란드·불가리아·루마니아·스페인 등 거친 나라는 총 31개국. 오토바이 이동거리만 1만5,800㎞에 달한다. 오토바이는 돈이 없어 영국 상점에서 125㏄ 중고 한 대만 구입했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데다 해병대 제대 후 무작정 여행을 온 탓에 경비를 마련해야 했지요. 그래서 현지에서 국내외 업체와 기관 300여곳에 후원요청 e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들은 각 업체에 100여장 분량으로 '철가방 들고 세계로'라는 콘셉트의 기획안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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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을 해준 기업은 최종 다섯 군데. 교보생명은 대학생 도전 프로그램 '청춘가곡'을 통해 선뜻 도움의 손길을 건넸고 리투아니아 현지업체 모토숍 등도 장비지원을 약속했다.

박씨는 "오늘도 힘겹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20대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것이 바로 철가방"이라며 "아르바이트로 배달일을 하는 학생들에게도 꿈을 전하기 위해 아일랜드 공사판에서 구한 철판으로 철가방을 만들어 오토바이에 매달고 여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행은 노숙의 연속이었다. 화장실에서 자거나 여행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 집에서 숙박을 해결하기도 했다. 장씨가 한국서 배운 단소로 길거리 공연도 했다. 그리스 올림퍼스 산에서는 빈집을 들어갔다가 수십 마리의 들개떼 공격도 받았다.

그들이 유럽의 겨울을 뚫고 방문한 대학은 31곳에 달했다. 200여명의 대학생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느낀 것은 그곳 젊은이들도 힘들어한다는 것. 박씨는 "복지국가 핀란드 대학생들도 장래 직업과 미래에 불안감을 나타냈다"며 "스위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의 젊은이들이 한국 젊은이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발칸의 화약고'로 불리던 코소보 지역의 한 대학생은 꿈에 대한 질문에 '평화'라고 답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공습에 시달린 그가 진실로 원하는 꿈은 평화라는 것.

박씨는 "현지 대학생들의 꿈은 크지 않았지만 모두 그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공감을 받았다"며 "평범한 꿈이라도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열정이 소중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귀국한 박씨는 '철가방'으로 모은 유럽 젊은이들의 꿈을 엮어 책 출간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등록금·취직 등 온갖 고민에 눌려 사는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젊음을 팔아 소중한 경험을 사라고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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