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도발 적극 억제'로 對北기조 대전환

■'北=주적' 개념 사실상 부활<br>정부 실무작업 돌입 "표현방법등 문제만 남아"<br>경협중단 보다 복잡… 상당한 사회적 비용 필요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국가원로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정부가 6년 전 국방백서에서 삭제해 심각한 이념갈등을 야기했던 '북한=주적(主敵)' 개념의 부활을 적극 검토하기로 한 것은 현재의 남북관계가 그만큼 돌이킬 수 없는 대립국면에 빠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천안함 공격을 명백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추가 도발 때 즉각 자위권을 발동하기 위한 사전 절차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한민국은 앞으로 북한의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며 대북관계의 일대 전환을 예고했다. 문제는 주적 개념의 부활이나 폐기가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치른다는 점. 또 '북한=주적'으로 규정할 경우 남북관계는 단순 경협중단보다 훨씬 더 복잡한 대립관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북한은 주적 개념을 부활할 경우 "전쟁이다. 빈말이 아니다"라고 대응하고 있다. 정부가 주적 개념의 부활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주적 개념 부활은 시간 문제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을 주적으로 보는 개념을 부활하는 실무작업에 들어갔다. 이제는 주적 개념을 국방백서의 어느 부분에서 어떤 표현으로 넣느냐는 기술적인 문제만 남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분위기는 한국전쟁이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이고 육ㆍ해ㆍ공군 모두 엄연히 북한의 남침과 국지도발을 경계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적시하지 못하는 것은 '현실 모순'이라는 인식도 작용했다. 또 천안함 사태 이후 지적돼온 군의 안보태세 해이와 국민의 안보의식 이완 역시 주적 개념 확립의 명분을 제공했다. 이 대통령도 천안함 사태 이후인 지난 4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 내부의 안보태세와 안보의식은 이완돼왔다. 안보 대상이 뚜렷하지 않도록 만든 외부환경이 있었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군 혼란도 있었을 것"이라며 주적 개념 부활 검토를 시사하기도 했다. '북한=주적' 개념의 부활은 대북 기조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ㆍ인식의 전환)'와도 연결돼 있다. 이 대통령은 담화에서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대북정책 기조를 역사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군 작전 측면에서의 대북인식 전환은 자연스럽게 주적 개념의 부활을 수반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패러다임 시프트'와 관련해 "주적 개념 혼란이나 최소한의 상호주의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지원 행태 등을 모두 포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주적'개념은 지난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북한 측 박영수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오면서 1995년 국방백서에서 처음 사용됐다. 그전의 군사정부 시절이나 냉전시대에도 '북한=주적'의 개념은 없었다. 그러다가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국방백서 이후 '직접적 군사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대체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