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실. 평소보다 길게 이어지던 정례 브리핑 말미에 김민석 대변인의 발언이 쏟아졌다. "북한이 오랫동안 거짓말을 해왔다"던 그의 발언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북한은 나라도 아니다. 인권이 있나, 자유가 있나…중략…계속 거짓말하는 역사 퇴행적인 얘기를 하는데 있을 수 없는 나라다."
여기까지도 이례적으로 강도 높았던 그의 발언은 "그래서 빨리 없어져야 한다"는 대목에서 정점을 찍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어느 누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던가. 기자의 기억 속에는 없다.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발언은 가끔 나왔지만 '없어져야 한다'는 말은 지난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후 처음이다.
물론 김 대변인의 발언은 일정 부분 수긍이 간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고취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북한의 최근 행태를 보면 속 시원한 기분마저 든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문자로 옮기기도 민망하고 인종차별적인 망언까지 내뱉는 북한에 대해 '제대로 일갈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그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 대한민국 외교 안보정책의 기조가 함무라비법전처럼 '눈에는 눈'이라는 동해법(同害法)의 가치 아래 있는가. 정부당국자의 입에서 나온 '북한 소멸론'은 박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드레스덴 독트린의 진정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정부 부처의 대변인이 개인의 생각을 말하는 자리가 아닐진대 김 대변인은 도대체 누구의 생각을 대변했나. 김관진 국방장관인가, 대통령인가.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김 대변인의 발언 수위가 '이례적으로' 높아져왔다는 점이다.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4월 말까지 큰 거 한 방 터진다는 북한 내 정보가 있다'며 '카더라' 식으로 공식 브리핑을 한 적도 있다. 기자들의 질문이 없었는데도 김 대변인이 자청한 발언들을 추적하면 '세월호 참극을 덮으려 안보 마케팅에 집착하지 않았는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의심을 풀어보려 대변인실을 세 번 찾았으나 답도, 해명도 없다. 앞날이 뻔히 보인다. 북한은 그의 발언을 문제 삼을 것이고 긴장은 높아지게 돼 있다. '적대적 공생관계'로 향하는 세월이 수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