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을 드러낸 2007년 세제개편안은 한마디로 세금감면이 주요 골자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는 그간 과세당국이 과표 현실화 미비, 부(富)의 불법 증여 차단 등 여러 이유로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던 항목도 다수 포함돼 있다. 11년 만에 소득세 과표를 조정했고 소득파악이 쉽지 않은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세 공제를 제공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또 재정경제부는 불법 증여를 막기 위해 배우자간 증여 공제한도를 지난 2003년 5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시켰는데 이번에는 다시 6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2006년 세제개편에서 과세당국이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고민했다면 올해는 이와 정반대의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번 세제개편에 따라 앞으로 깎아줄 세금 규모는 내년 1조6,000억원을 비롯해 오는 2013년까지 총 3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재경부는 추산하고 있다. 재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재경부가 그간 제기됐던 사항들에 대해 고민해 내린 결론”이라며 대선을 앞둔 선심성 세제개편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번 안은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고 만들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2007년 세제개편, 감면으로 전환=중산ㆍ서민층ㆍ경제활력 제고 등의 이유로 세금을 감면해준 항목만도 50여가지에 이른다. 이외에도 배우자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 해외 부동산 양도세 세율 단일화, 부동산 장기보유 특별공제 확대, 사회적 기업 법인세 감면, 등유 특소세 인하 등 조세제도 합리화와 기부 활성화 등 다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을 포함하면 70여가지로 파악되고 있다. 불과 지난해만 해도 정부는 과세 기반 확대와 세 수입 기반 확충을 위해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폐지, 양도세 세율 인상 및 실거래가 확대 등 사실상 증세에 가까운 안을 내놓았다. 1년 새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증세에서 감면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이에 대해 허용석 세제실장은 “올 들어 재정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며 “세수 운용에 여유가 있어 여러 계층에서 제기했던 다양한 세제개편 요구를 수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산ㆍ서민ㆍ중소기업에 감면 초점=세제개편안대로 시행될 경우 재경부는 2008년 1조6,000억원, 2009년 1조8,000억원, 2010~2013년 1,000억원 등 총 3조5,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깎아준 세금(3조5,000억원)을 항목별로 보면 근로자 1조560억원, 자영자 8,850억원, 농어민 4,430억원 등 중산ㆍ서민층에 2조8,430억원(전체 감면액의 80%), 대기업 1,130억원, 그 외 5,920억원 등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부 계산대로라면 이번 세금감면의 핵심은 중산ㆍ서민층ㆍ중소기업 등에 맞춰진 셈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경기지표들이 개선돼 ‘훈풍’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어 서민이나 중산층의 세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감면 위주의 이번 세제개편으로 앞으로 세금 감면 규모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들어 깎아준 세금은 2003년 17조5,000억원에서 매해 증가, 2006년에는 21조2,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감면 규모가 22조원가량으로 참여정부 5년 간 감면해준 세금 규모는 100조원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 지출은 늘려 부조화 우려=반면 정부 부처가 기획예산처에 요구한 내년 예산과 기금의 총 지출 규모는 256조9,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237조1,000억원에 비해 8.4%인 19조8,000억원이 증가한 규모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07년(전년 대비 6.8%)보다 높은 수치다. 한편에서 정부는 내년 예산 지출을 늘려나가려고 하는 반면 국세 수입의 근간인 세제 부문에서는 공제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선심성 세제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저출산ㆍ고령화 등으로 앞으로 정부 지출은 늘고 국세 수입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입과 지출의 부조화가 나타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