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형 IB가 살길이다] <2부> 2. 미래인재를 키워라

긴 안목으로 업계공동 교육기관 만들어야<br>국내 증권사선 M&A등 경험할 기회 거의 없어<br>사내'전문가 풀'도 부족, 업무 수행만도 벅차<br>경험있는 인력 스카우트·전문인력 육성 병행을<br>



[한국형 IB가 살길이다] 2. 미래인재를 키워라 긴 안목으로 업계공동 교육기관 만들어야국내 증권사선 M&A등 경험할 기회 거의 없어사내'전문가 풀'도 부족, 업무 수행만도 벅차경험있는 인력 스카우트·전문인력 육성 병행을 특별취재팀 hanul@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국내 증권사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투자은행(IB) 업무를 제대로 익히려면 글로벌 투자은행에 첫발을 내딛어야 하지 않겠어요?” 대학생 최중혁(27)씨는 최근 글로벌 IB에서 인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꿈에 부풀어 있다. 오래 전부터 세계를 누비는 IB 직원을 꿈꿔 왔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큰 딜을 경험하며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그에게 국내 증권사는 관심권 밖이다. 내년 초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IB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건 국내 증권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인력 문제다. 야심차게 글로벌 IB를 목표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지만 국내 IB 역사가 짧아 인력풀이 부족하고 우수한 인력들은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외국계 투자은행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뽑아놓은 인재들을 교육해 IB 분야의 차세대 동량으로 키우려고 애쓰지만 축적된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교육 시스템 구축도 쉽지 않다. ◇큰 ‘딜’은 참가조차 힘들어=국내 대형 증권사 IB본부에 근무하는 A씨는 국내 증권사의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인수합병(M&A) 현장을 뛰며 큰 건을 맡아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기회가 없다. 물론 유상증자나 채권 발행 같은 업무는 자주 있지만 한계가 있다. 그는 “시장은 어느 정도 성숙해 있어서 증권사들이 진출했지만 영업력은 모자라고 인력 육성도 제대로 안돼 있는 상태에서 큰 계약은 외국계가 다 가져가고 국내 하우스들은 소외된다”며 “인력 육성 측면에서도 전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여건이 안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메이저 투자은행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한 전문가도 “실제 업무를 하면 일에 대해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며 발로 뛰며 배우는 산 경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증권사 IB 담당자들도 직원들에게 ‘딜’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실에 걸림돌이 많다. 한 국내 중형 증권사 IB사업본부장은 “다양한 딜을 접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은데 아무래도 중형사보다는 대형사가 기회가 많고 대형사보다는 외국계 IB가 유리하다”며 “대형 딜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긴 호흡의 인력 교육 여건 안돼=현업에서의 경험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한 인력 양성이다. 증권업협회도 최근 '핵심 금융투자 전문인력 육성 프로그램'과 같은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투자를 늘려 IB 인력 교육에 나섰다. 노관식 증권업협회 과장은 "IB는 아직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않는 인력 분야이기 때문에 생소한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외 전문기관과 협력을 더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육도 ‘2% 부족’ 하다는 지적이다. 부서 내에 신입사원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전문가 풀이 풍부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업무 수행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증권사 교육 프로그램도 이론 중심으로 흐르기가 십상이다. 사내 IB 교육 수강 경험이 있는 한 직원은 “혼자 책을 보고 공부한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물론 글로벌 1위 IB인 골드만삭스의 경우처럼 수년간 애널리스트 기간을 거쳐 어소시에이트로 육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는 흉내내기조차 쉽지 않다. 단기간 이익을 내야 하는 국내 IB부서의 특성상 오랜 기간 투자를 하며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설사 장기간 교육을 통해 인력을 육성해도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타 증권사로 떠나기 일쑤다. 서울IB포럼 창립 회원인 박경서 고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진도 단기간에 이익을 가져오려 하고 직원들도 높은 연봉을 주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손 쉬운 부분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협력체제로 인력 양성하는 것이 대안=한마디로 국내 증권사의 현실은 ‘전환기’라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시장이 열리고 의욕적으로 증권사들이 달려들다 보니 인력 양성의 문제는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인력 육성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안정적인 인력육성’을 들었다. 신보성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처럼 개별 증권 회사들이 자기 자본을 투자해 인력을 양성해도 다른 곳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유인이 안된다”며 “제3의 기관을 조직해 공동으로 인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 연구위원은 이어 “증권사 규모 별로 일정 부분 출연하고 양성시켜 시장에 내보내면 산업 전체가 편익을 나눠 가질 수 있다”며 “증권 유관기관이나 별도의 교육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범준 한국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 전무는 “골드만삭스 모형처럼 데스크에서 인력을 키우는 방법과 스카우트를 통해 인력을 충원하는 방법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본적으로 ‘딜’을 경험해본 인력을 회사에 데리고 오고 새롭게 들어온 인재들이 스카우트 된 경험 많은 직원으로부터 일을 배워야 인재 육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권사의 협업을 통해 IB 신입 인력에게 ‘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방안도 나왔다. 공헌 메리츠증권 IB본부장은 “실제로 수익을 못 내더라도 장기간 교육을 통해 우리가 인력을 키워가야 한다”고 전제하며 “이를 위해 국내 대형 IB들과 중소형 IB들이 신디케이트를 해서 같이 딜에 들어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IB에 ‘큰 건’을 다 빼앗기느니 국내 증권사끼리 협업의 관계를 통해 경쟁력도 높여 계약도 따고 인력들에게 경험을 주자는 이야기다. 결국 필요한 것은 IB 인재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로 의견이 모아진다. 박 교수는 “우리가 인재를 키우려는 노력, 장기적으로 사람을 키우는 것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며 “손쉬운 스카우트보다 교육에 투자를 하는 선순환의 균형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한영일ㆍ최수문ㆍ정영현ㆍ이혜진ㆍ이상훈ㆍ박해욱ㆍ유병온ㆍ황정수 기자 ■ 국내외 연수…해외 MBA출신 채용…인턴십… 우수 인력 확보전 대형사 중심 활발 국내 증권사들도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IB 인재 유치 및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내부 인재들에 대한 국내외 연수와 해외 MBA 출신 인력 채용, 인턴십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IB 업무를 위한 고급 인력 양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대우증권은 IB 인력이 310명으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다. 대우증권은 내부의 우수 직원 육성을 위대 대우IB 아카데미, IB업무 연수 등 다양한 IB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개발ㆍ시행하고 있으며 산업은행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회계ㆍ세무ㆍ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외부 전문 인력을 상시 채용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현재 270명 수준의 IB 인력을 오는 2010년까지 5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해외 선진 금융에서 근무했던 우수 인력 및 우수 MBA 재학생을 대상으로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메릴린치 출신의 권경혁 전무를 영입한 후 IB 사업의 리스크 관리 조직 및 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뉴욕에 상주 직원을 파견해 현지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매년 2~3명을 베트남ㆍ인도ㆍ중국 등 진출을 모색 중인 지역에 파견해 지역 전문가로 길러낸다는 복안이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내부적으로 사원ㆍ대리급 직원을 IB 연수생으로 선발, 6개월간의 인턴 과정을 거치게 한 후 현업 배치를 결정하는 ‘사내연수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글로벌 MBA, 국내 CPA 등 전문가 후보군을 채용하고 외국계 IB 유경력자 등의 인재 영업을 통해 올해 말까지 IB 인력을 현재 150명에서 21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박사급 6명, 석사급 29명 등 50여명의 해외 글로벌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2006년 해외 유수 대학 MBA 1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여름 인턴십 프로그램을 실시해 이들 중 6명을 채용했다. 지난해에는 해외 대학 박사 학위 취득자를 포함, 지원자 150명 중 5명을 채용했으며 올해 역시 인턴 및 풀타임 선발 진행을 통해 7명 내외를 채용할 예정이다. 한국증권은 이 같은 해외 소재 대학과의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전체 채용 인원의 10%를 글로벌 인재로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114명 수준의 IB 인력을 2배 이상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IB 인력 양성 프로그램으로 IB아카데미, 기업토탈마케터 과정, 협상능력 향상 과정 등을 운영 중이며 투자금융사업부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IB주니어스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 10년간 500억원을 투자해 매년 30명 내외를 영국ㆍ미국 등 선진 시장과 홍콩ㆍ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학하도록 하는 ‘글로벌 투자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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