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에서 1,476개 종목이 매매가 중단됨에 따라 중국 펀드 신규 가입 시 기준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정 펀드에 편입된 종목이 매매가 중단된 경우 기준가격에는 중단 이전 해당 종목 가격이 반영돼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격 왜곡으로 인한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신규 투자자들은 중국 펀드 가입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외신에 따르면 노무라·다이와 등 상당수 일본 증권사들이 펀드 기준 가격 산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중국투자 펀드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반면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신규 가입 고객에 대해서는 현재 중국 증시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특별히 중국본토펀드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검토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 역시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펀드 판매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이틀간 중국 증시가 다시 반등하고 있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2,808개 종목 중 1,476개 종목이 거래 정지된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주식 매매가 재개되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이 신규 펀드 가입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 증권사들이 펀드 판매를 중단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펀드의 기준가격은 펀드 편입 종목의 주가 변동에 따라 산정되는데 주식 매매가 중단되면 해당하는 종목의 주가는 매매 중단 전 가격이 계속 반영되게 된다. 결국 급락장에서 하락 가능성이 높은 종목의 가격 하락치가 펀드에 반영되지 않으면 매매 중단 기간 내내 해당 펀드의 기준가격은 실제보다 고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10개의 종목으로 구성된 펀드의 기준가격이 1,000원이라고 가정하면 해당 종목이 모두 1% 하락하게 될 경우 펀드 기준가격은 990원이 된다. 하지만 이 중 5개 종목이 거래가 중단되면 기준가격은 995원으로 일부 종목의 거래 중단이 펀드 기준가격의 고평가로 이어지게 되는 셈이다. 다행히 매매 재개 이후 가격이 오르거나 이전 수준이 유지된다면 고평가 부분은 해소될 수 있지만 현재 시장 상황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매매가 중단되면 해당 종목을 편입한 펀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기준가격 산정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지에서는 15일 이후에 거래가 재개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그때까지는 펀드 매매를 자제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한편 펀드 구성 종목의 거래가 중단됐다고 하더라도 투자자가 해당 중국 펀드를 환매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 각 펀드마다 일정 비율의 현금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펀드런'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보유 현금으로 환매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 실제 '하이천하제일중국본토'의 경우 5월4일 기준 전체 펀드 자산 중 8.67%를 유동성으로 보유하고 있고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도 14%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또 자산운용사들은 환매가 더 증가할 경우 매매가 가능한 종목을 매도해서 환매에 대응하게 된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중국 증시가 급락하고 있지만 환매를 요청하는 투자자는 없고 오히려 최근 중국본토펀드에 자금이 더 유입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현재 상황으로는 환매 중단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증시는 이날 폭락세를 멈추고 전일에 이어 이틀 연속 상승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168.47포인트(4.54%) 올라 3,877.30에 거래를 마쳤다. 선전종합지수와 홍콩항셍지수 역시 각각 4.09%, 2.08% 올랐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연이어 증시안정 의지를 피력하며 시장의 심리를 안정시킨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