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희망을 노래하자
권성철 한국투신운용 사장
권성철 한국투신운용 사장
신동엽의 시 중에 ‘껍데기는 가라’라는 시가 있다. ‘껍데기는 가라/4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 (중략) 껍데기는 가라/한라에서 백두까지/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그래, 이 땅에서 어둠을 노래하는 자들은 가라. 내일은 어둡다고, 내일은 희망이 없다고 겁주는 자들은 차라리 가라. 언론이나 교수나 정치인이나 불안(insecurity)을 안주거리로 삼는 자들은 가라.
당장 보이는 자연현상은 불안정한(unstable)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안정을 되찾기 마련이다. 지난해 태풍 매미가 몰고 온 호우가 그렇고 올여름 유별났던 더위가 그렇다. 불어났던 강물은 원래 높이로 되돌아갔고 서늘한 가을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만들지 않는가.
사회경제현상도 다를 게 없다. 경기가 한두 해 좋으면 대개 그 다음 한 해는 나빠진다. 어떤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해서 성장이 뒷걸음칠 수도 있지만 그 또한 비정상이라 부를 일은 아니다. 가령 외환위기나 대우그룹의 몰락조차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빨간불이 켜졌다’ 또는 ‘비상이 걸렸다’며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회복이 마음먹기에 달렸음을 외환위기 때 배웠다.
다만 경제현상이 자연현상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위기를 지나 어떤 사람(기업)은 꿈에서나 그리던 지위와 부를 거머쥐는가 하면 다른 사람(기업)은 과거에 누리던 지위와 부를 송두리째 잃어버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대를 막론하고 경기둔화를 공격하고 정책의 불확실성을 거론하는 배경에는 바로 이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을 가능성이 크며 따라서 그 동기는 다분히 이기적이며 정치적이다. 앞서 말한 대로 경기둔화는 ‘불안정한’ 현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불안하게’ 여길 대상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과도한 불안감이 일상적으로 끝날 수 있는 경기둔화의 골을 불필요하게 깊이 파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렇게 열을 올리는 이유 역시 따지고 보면 이기적이다. 불안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급기야 증시를 얼어붙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땅의 주주들이여 궐기하자. 증권맨들이여 모두 일어나 불안을 노래하는 사람들에 맞서 희망을 이야기하자.
입력시간 : 2004-10-13 1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