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성철 신원그룹회장/「일요휴무제」 대용단(결단의 순간)

◎“사업 안해도 주일엔 일 못한다”/“권투 한손 묶고 하는 꼴” 실무자 반발 불구/“인간 아닌 하나님 계산법” 신념 밀어 붙여/핸디캡 극복위해 신용판매제 도입 등 총력전지난 90년 7월 (주)신원의 디자이너, 영업전문가들은 8월 15일 명동의 명물이 될 멀티브랜드숍 1호점 개장과 함께 국내 의류시장 진출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서태일내수사업본부장(현 신원유통대표)등 실무자들은 느닷없이 내려온 박성철 회장의 경영방침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요일은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미 여성의류 분야에서는 (주)논노을 필두로 「조이너스」의 나산실업, 「메르꼴레디」의 유림, 「마르조」의 대현, 「톰보이」의 성도등 빅5가 시장을 장악, 사업성공 조차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요일 휴무를 지시하다니. 아무리 박회장이 사업초기 죽을 고비를 하나님의 도움으로 넘겼다고 믿는 독실한 기독교신자이고 내수사업본부의 이름을 「하나님이 우리를 인도하신다」는 뜻의 히브리어인 「에벤에셀」로 정할 정도라고 하지만 엄연한 사업인데…. 서본부장과 유은상 전자금·기획이사 등 측근들이 죄다 회장실로 달려와 『일요일에 영업하지 않으면 언제 영업하느냐』며 재고를 진언했다. 『명동 1호점같은 직영점은 그렇다치고 전국 확대를 위한 대리점 모집과 백화점 매장영업은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라는 항의성 질문이 쏟아졌다. 내수의류사업을 실무적으로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본부장 등 관계자들은 『매출이 가장 많은 일요일(박회장의 표현으로는 주일)에 영업을 해야만이 손익분기점을 당길수 있다』고 항변했다. 박회장은 이같은 실무자들의 주장에 묵묵부답이었다.사실 신원의 내수의류시장 참여는 누구보다 박회장의 의지였다. 돈이 없어 중고등학교 시절 우유배달, 신문배달 등으로 학업을 마치고 기자생활을 거쳐 지난 73년 처가가 운영하던 스웨터 공장을 인수, 「신원통상」이라는 회사로 사업을 시작한 이래 국내최대 스웨트 수출업체라는 성과를 올렸다. 이제는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이 아니라 자체브랜드로 수출할 때라며 그 전초단계로 여성의류 분야에서의 내수시장 진출을 결심했다. 이후 1년전 서본부장을 영입하고 경력공채를 대거 스카우트하는 등 진용을 갖춰갔다. 1호매장은 「베스띠벨리」 「씨」 「세스띠」 등을 한곳에 진열하는 국내 첫 멀티브랜드 매장으로 명동 부지매입도 완료했지만 일요일 영업을 주장하는 실무자들의 반발에 부닥친 것이다. 박회장은 며칠째 재고를 요청하는 임원들에 대해 다시한번 『일요일 영업불가는 불변의 방침이다. 더이상 재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박회장은 대신 내수시장 조기진입을 위한 마케팅 및 홍보전략을 밝혔다. 기존업체들의 마케팅수준을 뛰어넘어 멀티브랜드숍과 신용판매 등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키로 했다. 모델은 국내 최고급스타를 쓴다는 방침에 따라 채시라, 최진실 등 초대형스타를 선정, 초단기 정상진입의 의지를 불태웠다. 수출업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패션 홍보를 시작, 패션흐름을 리드하며 의류업체에서의 언론홍보를 국내처음으로 시도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박회장은 당시를 회고하며 『인간의 계산법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산법에 따른 것』이라며 『하나님이 6일동안 세상을 창조하시고 7일째 쉬셨는데 인간이 이같은 하나님의 섭리를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박회장은 『당시 하나님이 우리를 인도하실 것이라는 굳은 믿음과 함께 사업을 안하면 안하지 절대 주일(일요일)에는 영업할 수 없다는게 나의 신념이었다』고 고백했다. 신념은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고 했던가. 신원은 사업 출범초기 매출 70억원, 91년 3백90억원, 92년 8백1억원, 93년 1천3백23억원, 94년 2천4백30억원, 95년 3천5백50억원을 기록하며 내수 여성의류업계 정상에 올랐다. 「손하나를 묶고 하는 권투시합」(서본부장의 말)처럼 일요일휴업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시작한 의류사업은 불과 5년만에 업계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신원 신화」로 만개했다.<문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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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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