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권 'KB사태' 계기로 지배구조 개편 '초읽기'

금융당국 '고강도 검사' 압박에 사외이사 임기 5년으로 제한등<br>제도개선 모범규준 발표 서둘러


금융기관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의 이사회를 개편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금융지주회사와 4대 은행에 대해 2~3년마다 실시하던 종합검사를 매년 정례화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강정원 KB금융 회장 내정자의 낙마 사태를 눈앞에서 지켜본 금융기관들은 지배구조 개편의 시늉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오는 3월 주주총회 때 상당수 주요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끝난다. 금융당국의 압력과 맞물려 금융지주사들의 사외이사 판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는 은행과 은행지주 사외이사의 최초 임기를 2년간 보장하되 최장 5년까지만 연임할 수 있도록 하고 원칙적으로 대표이사(CEO)와 이사회 의장도 분리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사외이사 제도개선 모범 규준'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먼저 신한금융지주는 12명의 사외이사 전원이 이번 주총 때 임기가 끝난다. 이중 필립 레이닉스(2004년)와 류시열(2005년) 이사가 사외이사로 일한 지 5년이 넘는다. 이밖에 신한지주의 경우 지난 2007년(2명), 2008년(2명), 2009년(6명) 등 최근 임명된 사외이사가 많아 매년 5분의1씩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임명시점을 조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는 10명의 사외이사 모두 지난해 주총 때 선임됐지만 임기 만료일은 제각각이다. 김재철 이사 등 3명은 이번 주총 때 임기가 만료되지만 나머지 6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은 2010회계연도 주총과 2011회계연도 주총시 임기가 끝난다. 우리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주총 때 임기가 끝난다. 이중 사외이사로 등재된 지 1년이 된 방민준 이사와 신희택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은 모두 임기가 1년 미만이다. 특히 이들 금융지주회사는 올해부터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해야 하는 게 발등의 불이 됐다. 현재 KB금융을 제외하고 우리ㆍ신한ㆍ하나금융의 경우 지주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KB금융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눈 밖에 나면 끝장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금융지주사들이 바쁘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괘씸죄'에 걸린 KB금융과 국민은행의 경우 고난의 행군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초고강도 사전검사에 이어 14일부터 한달간 종합검사를 실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종합검사 역시 사상 유례없는 강도로 실시되면서 강정원 행장 등 경영진의 중징계와 일부 사외이사들의 자진사퇴 가능성마저 거론하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포함시키고 공모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금융당국과의 화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사외이사의 인적구성 변화 외에도 제도 자체에 대한 변화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사외이사 선임의 모든 과정과 함께 이사 후보 추천인과 후보와의 관계, 경영진과 대주주의 관계를 공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역시 신년사에서 "대형 금융그룹에 대한 연계검사를 강화하는 등 효율적이면서도 견고한 검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압박했다. 은행권에서는 금감원이 다른 금융지주에도 지배구조에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KB지주의 경우 사외이사들의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화돼 있지만 다른 금융지주들의 경우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며 "관치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면 독립적이면서도 권력화되지 않는 사외이사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