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서 국내 독점 중계권자로 각종 비난 여론을 무릅썼던 SBS가 부담을 확 덜어냈다.
광고 판매와 중계 영상 재판매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SBS는 16강 진출을 기뻐하는 온 국민의 환호 속에 독점중계에 대한 불만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고 표정 관리에 나섰다. 이는 650억원이 넘는 광고 판매액으로 중계권 구매 금액을 뛰어넘는 수익을 거둬들이고 ‘지상파TV 넘버3’꼬리표를 떼 낼만큼 채널 이미지도 크게 향상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다.
KBS와 MBC의 관심권 밖에 있던 김연아에 집중해 피겨 스케이팅 붐을 조성하고 여세를 몰아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 성공을 이끌어냈던 SBS가 월드컵 단독 중계까지 성공하면서 창사 20주년을 맞은 올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23일 한국방공광고공사(코바코)에 따르면 한국팀의 16강 진출로 SBS의 광고판매액은 최소 65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코바코 관계자는 “대표팀이 16강에 오르지 못한다는 전제하에 예상한 월드컵의 지상파 TV 광고 총 판매규모는 650억 원 규모”라며 “16강 진출로 한국전 광고 판매액을 더하면 그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열린 한국팀의 조별 예선 세 경기의 광고 판매액은 그리스전 70억 원, 아르헨티나전 70억 원, 나이지리아전 63억 원이었다.
한국시각으로 프라임 타임에 열린 그리스전과 아르헨티나전은 15초짜리 광고 한 편에 9,200만 원이었다. 또 새벽 3시에 열린 나이지리아전은 편당 8,300만 원으로, 세 경기 모두 광고가 매진됐다. 26일 오후 11시 열릴 한국팀의 16강전 경기인 우루과이 전 역시 15초짜리 광고 한 편이 9,200만 원에 이를 전망이다. 15초짜리 광고 한편에 9,200만원이라는 단가는 역대 한국방송사상 최고가로 기록됐다. 이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편당 최고가격인 6,000만대를 깨뜨린 것이다.
한국의 16강 진출이 불발될 경우 코바코가 16강전으 다른 국가 경기에 대한 중계 광고를 편당 3,900만 원 정도로 책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팀의 16강 진출은 SBS에 분명 큰 수익을 안겨주는 것이다.
이 같은 전망에 대해 SBS는 한국팀 16강 진출만으로는 여전히 손해를 본다는 입장이다. 한국팀의 16강 진출로 국제축구연맹(FIFA)에 추가로 5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SBS에 따르면 FIFA는 출전국의 FIFA랭킹 등을 기준으로 중계권료 협상을 하는데 이번 월드컵에서는 한국팀이 16강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SBS와 중계권 협상을 했다. 16강에 오를 경우보다 낮은 중계권료로 계약한 것인데, 한국팀이 16강에 오르면 중계권자인 SBS가 500만 달러를 추가로 FIFA에 지급하기로 돼 있다는 것. SBS 관계자는 “500만 달러를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65억 원으로 이를 즉시 지급해야 한다”며 “한국팀이 16강에 올라도 우리로선 아직 이익을 보지 못하지만 8강에 진출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SBS는 이번 월드컵 중계권료로 750억 원을 지불하고 남아공 현지에 제작인력 파견 등으로 100억 원을 쓰는 등 총 1,080억원 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지상파 광고 외에 케이블채널인 SBS 스포츠채널의 중계 광고와 IPTVㆍ인터넷 등 각종 플랫폼에 중계 영상을 재판매한 액수 등을 합하면 16강 진출로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월드컵 단독 중계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SBS는 그동안의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 채널 이미지를 고양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얻어냈다. 중계와 해설에 대한 불만부터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지자 SBS가 단독 중계를 해서 졌다는 억지스런 비난까지 이어져 마음고생이 컸다는 게 SBS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비난은 16강 진출의 낭보 속에 묻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태극전사들의 활약에 집중하면서 중계에 대한 불만과 비난을 일단 접어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