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지구촌 거세지는 보수화 바람…삶의 터전 잃어가는 이민자들

美·유럽등 경제난에 "자국민 이익 우선" 목소리<br>"일자리 가로챈다" 이민법 강화에 강제 추방까지<br>日은"경쟁력 높이자" 오히려 이민자 유치 대조


지구촌에 불어 닥친 보수화 바람이 이민자들을 옥죄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자국민의 이익과 국가안보를 최우선시하는 보수 정치 세력이 급부상하면서 그 동안 '이민자 천국'으로 불렸던 미국이나 유럽 곳곳에 높은 이민 장벽이 들어서고 있다. 서구 선진국들의 보수 정치권은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그나마 남은 일자리를 이민자들이 가로채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이민자=범죄자'라는 공식을 내세워 이민자들에 대한 총공세를 펼쳐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경제대국의 위상이 흔들리는 일본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민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며 상반된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경제위기발(發) 보수화 바람에 터전 잃은 이민자들=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영국인의 64%가 현 수준의 이민자 수용이 계속 이뤄질 경우 "영국 경제가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밝혔다. 스페인에서는 응답자의 67%가 "이민자들이 내 직업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이민자들의 낙원으로 불리던 유럽에서 이제는 강력한 이민자 배척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극심한 실업난과 재정위기로 '이민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각국 정부가 이민규제와 불법 이민자 적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 출신을 비롯한 이민자들이 연일 일으키는 소요도 유럽이 '외지인'에 등을 돌리는 요인이 됐다. 지난 7월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는 그로노블 지역에서 발생한 이민자들과 집시의 폭동사태 책임을 물어 집시들의 불법 캠프들을 철거하고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이민자들을 강제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의회의 경고를 받은 프랑스 정부가 '집시추방법' 개정에 동의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민자들이 유럽인들의 눈엣가시가 돼 버린 것은 여전히 사실이다. 상황은 미국이나 호주에서도 다르지 않다. 호주 이민을 계획했던 숙련기술자들이나 유학생들은 호주 연방정부의 이민법 강화로 입국이 차단되면서 앞날이 막막해졌다. 시드니모닝해럴드에 따르면 호주로의 유학생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도와 중국 출신 유학생 수는 내년에 각각 80%와 30%씩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정책 쟁점화로 세 확장=특히 각국의 보수 정치세력은 경제위기 이후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며 이민 우호정책을 펼친 정부들이 역풍을 맞자 반(反)이민정책을 선거 쟁점으로 내세우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미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불법체류자에 대해 조건부 영주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포괄적 이민개혁 카드를 꺼내 들자 즉각 반기를 들었다. 공화당 소속 리셀 피어스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은 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이민자 단속법으로 불리는 '애리조나 이민법'을 발의, 불법이민자로 의심될 경우 경찰들이 수시로 검문ㆍ체포토록 하고 불법 이민자를 고용한 고용주까지 처벌할 것을 제안했다. 나아가 불법 이민자 자녀들에 대한 시민권 부여를 합법화한 수정헌법 14조 개정까지 시도하며 이민자에게 반감을 가졌던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보수 유권단체인 '티파티(Tea Party)'도 이민법 개혁을 물고 늘어지며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티파티는 "미국인의 세금이 불법 이민자와 그들의 자녀 지원에 쓰이고 있는데도 이민자들은 미국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며 미 국민들 속에 내제됐던 인종주의를 끄집어냈다. 티파티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승리에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호주야당인 자유당도 이민법 강화를 의제로 들고 나와 여당인 노동당을 위협했다. 호주 자유당 토니 애버트 당수는 노동당 출신의 케빈 러드 전 총리가 내세운 이른바 '빅오스트레일리아'정책이 인구 급증을 야기하며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빅오스트레일리아'는 이민을 통해 호주 인구를 늘려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애버트 당수는 "현 이민 추세가 지속된다면 2050년쯤에는 정부가 호주의 인구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연간 이민자 수를 현재 30만명에 17만명 이내로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총선에서 자유당을 포함한 야당 연합은 집권 노동당을 눌렀다. 프랑스 정부가 실시한 집시 추방 역시 2012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사르코지 대통령이 우파 표 획득을 겨냥해 실시한 조치라고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분석했다. ◇'이민쇄국' 일본은 오히려 이민자 유치에 적극=이런 와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지금껏 '이민쇄국'이라 불릴 정도로 외국인에게 폐쇄적이었던 일본의 행보다. 보수적으로 평가되는 일본의 정치권은 요즘들어 되레 이민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령화, 저출산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를 메우기 위해 이민 문턱을 낮춰가면서 이민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오는 2050년에는 일본 인구가 1억명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전 집권당인 자민당 시절부터 ''이민자 1,000만명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자민당과 궤를 같이해 온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과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도 사법당국에 조속한 이민법 개혁과 노동시장 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언론인 산케이신문은 "외국인근로자를 적극 유입하기 위해 입국관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이단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고도의 외국인 인재가 일본 경제성장의 기대를 짊어지게 될 시대가 임박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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