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피아노 한대 나오기까지 3,200명 근로자 목재가공-조립-조율 구슬땀

■ 삼익악기 인도네시아 공장 가보니

10대중 6대는 중국으로… 부활의 멜로디

가정용 중고가 시장 성장성 밝아 올 중국서 매출 30% 이상 늘것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찔릉시에 있는 삼익악기 인도네시아법인 생산공장에서 현지 근로자들이 기타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서은영기자

28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시내에서 차로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찔릉시 삼익악기(002450) 인도네시아 법인. 이날 차로 이동한 약 30㎞ 남짓한 길은 삼익악기 피아노와 기타가 컨테이너 박스에 실려 자카르타 항구까지 가는 루트다.

공장 한편의 물류 창고에서는 찌는듯한 더위 속에서도 현지 근로자들이 쉴새 없이 피아노를 컨테이너에 싣고 있었다. 10대 중 6대 꼴로 최종 목적지는 중국이다.


삼익악기는 올림픽 개최 이후 국내 악기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됐던 지난 1991년 일찌감치 이곳 인도네시아에 현지 공장을 세웠다. 공장 부지만 43만㎡(약 13만평)에 달한다. 건평 기준 11만㎡에 이르는 생산공장 11개동에서 업라이트 피아노(가정용), 그랜드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 전자기타 등을 생산 중이다.

2008년 인수한 독일의 명품 피아노 브랜드 자일러의 최고급 라인 일부를 제외하면 찔릉시 공장에서 전체 피아노의 90%, 기타 전제품이 만들어진다. 1990년 설립한 중국 하얼빈 공장에서 1차 가공을 거친 일부 목재와 인도네시아산 목재가 들어오면 찔릉시 공장에서 2차 가공, 도장, 조립, 조율 등의 과정을 거쳐 피아노와 기타를 탄생한다. 현지 근로자만 3,200명으로 17명의 한국인 직원들이 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다.

◇쑥쑥 크는 중국 악기 시장=2008년 25억원에 불과했던 중국 매출은 지난해 348억원으로 6년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삼익악기 중국 매출이 450억원 안팎으로 늘며 3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88년 올림픽 개최 이후 중산층 증가로 악기 시장 성장세가 본격화됐던 한국의 판박이다. 현재 중국의 가정용 피아노 보급률은 5%에도 미치지 못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분석이다. 유럽·미국 등 선진국의 피아노 보급률이 30%에 이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권희정 삼익악기 인도네시아법인 대표는 “현재 중국의 연간 피아노 판매 규모는 20만~30만대에 달할 정도로 특히 중고가 브랜드의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어 자일러, 스타인벡 등 명품 피아노 브랜드를 보유한 삼익악기에 유리한 상황”이라며 “현재 3%의 점유율로 5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저가를 유지하는 1위 야마하나 3~4위의 저가 위주 중국 현지 업체를 제외하면 삼익악기의 성장성이 가장 밝다”고 자신했다.


현재 삼익악기의 중국 시장 영업이익률은 25% 가량. 2004년 체결한 중-ASEAN(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삼익악기 인도네시아 법인은 2010년부터 중국 수출 물량에 대해 관세 면제 혜택을 받고 있어 수익성이 좋다.

관련기사



◇인도네시아·인도시장도 유망=최근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저임금 구조 역시 이익률을 높이는 요소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임금 인상 투쟁이 이어지며 임금 인상률은 60%에 달했다. 올해 역시 30% 가량 올랐지만 중국에 비해 저임금 메리트가 크다는 게 삼익악기의 설명이다.

권 대표는 “현재 노동자 1인당 월 270달러 수준으로 인건비에 숙식비, 4대 보험료까지 800달러 정도를 부담해야 하는 중국에 비해 3분의1 수준으로 여전히 저렴하다”며 “악기 1대 생산 비용 중 인건비 비율은 15% 수준에 불과한데다 풍부한 목재 수급과 근로자들의 뛰어난 손재주를 감안하면 악기 생산기지로 인도네시아만한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중국 수출 비중을 감안해 증설 및 노후시설 리모델링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올 10월까지 업라이트 피아노 생산 능력을 2배로 늘리기 위해 공장을 확장 중으로 생산 규모는 월 2,000~2,500대에서 4,000~5,000대로 늘어나게 된다.

내년에는 그랜드 피아노 생산 규모를 월 6,000대에서 1만대로 늘리기 위해 증설에 나선다. 이강록 삼익악기 부사장은 “스타인웨이 지분 매각으로 유입된 1,740억원 중 상당 금액을 해외법인 차입금 상환과 인도네시아 공장 리모델링·증설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글로벌 일류 브랜드 인수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중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역시 삼익악기가 눈독 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신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 인도네시아가 생산기지일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이 부사장은 “현재는 중국 매출 비중이 50~60%를 차지하고 있고 최소 1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후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중산층 비중이 증가하면 중국 못지않은 성장세를 보이며 삼익악기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박스]삼익악기의 현지 CSR 활동

삼익악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공동으로 지난 2011년 삼익 기술학교를 설립했다. 피아노 조율, 제빵, 재봉, 목공 등 4개반에서 80여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고 있고 모든 학생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한다.

6개월간 정규 코스를 밟고 졸업한 학생은 지금까지 350여명에 달한다. 졸업생들은 삼익악기 공장이나 뚜레주르, 현지 봉제업체 등에 대부분 취업했다. 삼익악기는 3년내 정원을 500명으로 늘리고 미용반도 추가 할 계획이다.

권희정 삼익악기 인도네시아법인 대표는 “최근 1~2년간 노사분규가 급증하면서 현지 진출 글로벌 기업들이 CSR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삼익악기는 이에 한발 앞서 현지 사회에 녹아 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고, 18~25세 젊은이들이 기술을 익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기술학교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