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기미를 보였던 경기가 다시 고꾸라졌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소비재판매ㆍ설비투자 등의 증가율도 모두 둔화됐다. 현재의 경기상태를 보여주는 동행지수도 상승세에서 하강세로 돌아섰고 앞으로 경기를 가늠할 선행지수는 정체를 보였다. 이에 따라 12월 산업활동 지표를 통해 경기 저점을 가늠해보기 어렵게 됐다. 당초 1ㆍ4분기로 예상됐던 경기의 저점이 좀더 연장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생산ㆍ소비ㆍ투자 ‘트리플 약세’=회복세를 보였던 국내 경기가 다섯달 만에 하락 반전했다. 산업생산ㆍ소비재판매ㆍ투자증가율 모두가 둔화됐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동행지수가 꺾인 것은 5개월 만이다.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11월과 동일한 수준을 기록, 지난해 9월 이후 3개월 연속 진행됐던 상승행진이 멈췄다.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3% 증가하는 데 그쳐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도 3.9%가 오히려 감소했다. 다만 조업일수를 감안한 실질적인 산업생산 증가율도 6.9%로 연간 평균 10%를 크게 밑돌았다.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의 위축이 눈에 띈다. 반도체 생산은 전년동월비 10.7% 증가해 11월 22.8%에 비해 절반 이상 축소됐고 영상음향통신과 자동차가 각각 21.4%, 1.1%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9.7%에 불과해 둔화 모습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설비투자의 증가율(전년동월비)은 2.1%에 그쳐 지난해 1월 0.1%를 기록한 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또 소비재판매도 2.7%(전년동월비) 증가로 11월 증가율 4.3%에 비해 상당 폭 떨어졌다. 그나마 12월의 건설기성과 건설수주가 각각 7.9%(전년동월비), 29.5% 늘면서 건설경기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경기 바닥은 언제=12월 산업활동동향은 경기상승은커녕 조만간 바닥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사라지게 했다. 겨우겨우 상승흐름을 이어갔던 경기는 12월을 기점으로 하락으로 돌아섰다. 상당 기간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팽배해지고 있다.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상반기 내내 둔화 움직임이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 주력 업종인 반도체(전년동월비 10.7%), 영상음향통신(-21.4%), 자동차(-1.1%)의 생산둔화는 두드러진다. 이들 업종의 생산회복이 동반되지 않는 한 경기의 상승견인도 쉽지 않다. 최인근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지금은 경기 정점이나 저점을 거론할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동행ㆍ선행지수의 등락이 반복되는 현상은 올 상반기 내에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정경제부는 1ㆍ4분기 중 바닥을 형성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지난해 2ㆍ4분기와 4ㆍ4분기가 바닥을 형성했다는 견해도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2월 거시지표는 이미 예상됐던 것”이라며 “경기는 지난해 2ㆍ4분기와 4ㆍ4분기 때 이중바닥을 형성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