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 위기극복 향방(세계금융질서 재편)

◎“금융개혁 가속화만이 살길”/단기처방으로 거론/공공자금 투입은/“퇴출방해 우려” 반론/현실화 시간 걸릴듯세계2위 경제대국 일본의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긴장속으로 몰아넣고있다. 동남아와 한국 등의 금융위기를 수습할 것으로 기대되는 세계최대 채권국 일본이 금융위기의 늪에서 헤어나지못해 소방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있기 때문이다. 일본엔화는 최근 달러당 1백29엔대로 떨어졌고 닛케이(일경)주가지수는 1만 6천대가 무너지는 무기력을 면치못하고있다. 일본이 동남아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아시아펀드」창설을 주도하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중심을 내세우는 미국의 주장에 밀리고있는 배경도「저팬 머니」의 위력이 예전과는 다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금융기관들의 잇따른 도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는 증권사등 금융기관들을 선단호송식으로 관리해왔던 일본 은행들이 더이상 자금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난 9월말 현재 일본 은행의 악성 부채규모는 공식통계로 21조엔(1천6백80억달러)이지만 실제부채는 두배가 넘는 40조∼50조엔에 이를 것을 추산되고있다. 90년대초 버블의 붕괴로 발생한 이같은 부담때문에 은행들은 증권사등 호송군단을 더이상 이끌고 나갈수 없게 된 것이다. 일본정부는 공적 자금을 동원, 악성부채를 해소하는 단기 처방과 함께 금융개혁의 가속화라는 장기적인 대책을 추진, 금융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단기 처방으로 논의되고 있는 공적 자금 투입방안은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전총리의 구상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지만 실행되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야자와 구상은 ▲금융기관이 안고있는 불량채권을 예금보험기구에 넘기는 대신 ▲예금보험기구는 채권을 발행하고 ▲정부가 재정자금을 동원해 이 채권을 사들인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일 정부는 지난 96년 6천8백50억엔의 공공기금으로 주택전문대출회사의 부채를 갚았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또다시 세금을 투입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여기에다 부실 금융기관의 퇴출을 유도하는 금융개혁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재정개혁을 국가개혁의 주요과제로 삼고 있는 하시모토 내각입장에서 재정부담을 전제로 한 공적자금 투입은 최후의 카드이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정부는 이같은 단기 대책과 함께 금융개혁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6월 발표된 일정부의 금융개혁안은 2000년대초까지 도쿄금융시장의 국제화를 달성한다는 목표에 따라 각 금융기관의 겸업을 허용하고 외환거래를 자유화한다는 내용이다. 또 선단식 경영을 부분적으로 포기하고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자기 책임아래 재무구조를 개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부실채권의 과다로 인해 떨어질대로 떨어진 일본금융기관의 국제 신인도를 근본적인 처방으로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시모토 총리는 최근 오는 2001년까지 금융빅뱅을 완성하기위해 경쟁력이 없는 금융기관의 도태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예금자에 대해서만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 공적 자금을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보다는 예금자보호에 촛점을 맞출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지난달 발표된 「21세기에 대비한 긴급경제대책」도 최근 금융위기의 타개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이 대책은 증권사의 은행업무(급여 및 연금 이체)취급을 내년에 조기자유화하는 것을 포함, 7개부문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수십조엔의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책의 즉효성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지만 ▲재정구조개혁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한 점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완화를 강조한 점등은 외국 투자기관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본의 금융위기는 일종의 관치금융의 결과라는 점에서 동남아와 한국 등과 사정이 비슷하다. 다만 일본은 막대한 외환보유고와 엄청난 경상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위기극복이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금융이 정상화되어야만 세계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금융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문주용 기자>

관련기사



문주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