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에너지소비 효율화 하려면

최석곤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협회장

최근 유가 급등에 따라 국내 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고유가 상황의 지속은 국내 경기침체와 맞물려 가계부담 증가, 수출과 내수부진, 그리고 기업 수익성 악화 등 경제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에너지는 우리 생활과 불가분 관계이며 경제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그 소비량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에너지 자원은 한정돼 있으며 대체 에너지 또한 상용화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유가가 오를 때마다 온 나라가 북새통을 이루는 현실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중화학공업 중심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는 유가에 따른 영향이 타국보다 더 크다. 에너지 부존자원을 가지지 못한 몇몇 선진국들의 경우 우리보다 에너지 소비효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상징적인 ‘에너지 절약’이 아니라 실질적인 에너지 절약기술과 미래형 에너지 정책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도 과거 1ㆍ2차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 소비절약과 이용효율의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선진 수준의 에너지 소비효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을 상위하는 고도의 기술, 신뢰할 수 있는 장비와 유용한 투자자금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에너지 소비자들에게 자체적으로 갖추도록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정부가 도입한 것이 바로 ESCO(에너지 절약 전문기업ㆍEnergy Service Company) 운영제도다. ESCO 제도란 에너지 절약전문기업이 에너지 절약시설을 직접 투자하고 에너지 절감금액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이다. 정부가 에너지 이용합리화기금으로 투자자금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제도의 장점은 에너지 사용자는 기술적ㆍ경제적 부담 없이 에너지 절감을 실현할 수 있고 정부는 에너지 절약전문기업으로 하여금 절감 아이디어 발굴과 설치시공, 그리고 절감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2년 첫 사업 시작 이후 지난해 말까지 ESCO는 총 2,327건 5,138억원의 투자를 했다. 그로 인한 에너지 절감량은 약 70만 TOE(각종 에너지원을 원유 1톤 기준으로 환산한 단위ㆍTon of Oil Equivalent)이다. 화폐가치로는 약 2,300억원에 달한다. 사업내용 측면에서 초창기에는 조명기기 교체 등의 단순한 절약기기 투자로 출발했다. 그러나 99년부터는 화학공장의 플랜트 교체 등 질적인 성장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전 산업부문에서 ESCO 투자가 시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ESCO 사업은 질ㆍ양의 측면에서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ESCO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단 향후 ESCO 제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이 요구된다. 우선 ESCO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ESCO 자금은 실제로는 에너지 사용자의 시설투자비를 지원하는 것임에도 마치 ESCO가 정부 기금을 받아서 사업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 사실 ESCO는 기금을 활용하기 위해서 이를 차입해야 하고 이에 따라 부채비율 증가와 함께 에너지 사용자의 부도시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커다란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러한 위험에도 에너지 절감시설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ESCO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확산과 자금사용자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둘째, ESCO 기술증대를 위한 노력이다. 앞으로 전개되는 에너지 절감기술은 구역형 열공급 사업(CES), 대형 플랜트 공정개선사업, 대체에너지 개발사업 등 현재와는 다른 차원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ESCO 제도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달 6일 정부의 추경예산 확보, ESCO 금리인하 등의 발표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좀 더 많은 예산배정과 보다 낮은 금리수준의 유지, 간담회 활성화 등이 추가되길 기대한다. 유가로 인한 경제위기를 뛰어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ESCO의 노력에 국민 모두의 보다 큰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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