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상수지 문제없나] 불황 모르는 해외씀씀이

수출로 번돈, 여행·유학비로 '줄줄' 4월 서비스수지적자 40억<br>작년 동기보다 72% 급증 상품수지흑자의 34%달해


황금연휴를 맞아 해외 여행객이 다시 급증세를 보였다. 주5일 근무에 따른 토요 휴무에 현충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 3일 동안 무려 12만명의 승객이 출국했다. 국내 내수경기가 긴 잠에서 깨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여행 규모는 여전히 호황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오래 전부터 되풀이돼왔다. 지난 1월7일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올해 첫 경제장관간담회를 주재하면서 “올 설에는 국민들이 제발 국내에서 돈을 쓰도록 해야 된다”고 대책을 주문했다. 평소 부자들이 해외에서 돈을 쓰는 데 관대했던 이 부총리의 발언은 예상 밖이었다. 예년보다 설 연휴가 길어 생산ㆍ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데다 국민들이 해외여행마저 떠난다면 국내경기와 소비가 회복되기는커녕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었다. 이 전 부총리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월 서비스 수지 적자폭은 10억4,000만달러로 전달보다 1억6,000만달러 늘어났다. 경상수지 흑자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10억1,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서비스 수지 적자는 비단 2월만의 문제는 아니다. 98년 IMF 외환위기를 제외하고 90년부터 매년 적자폭을 키우며 휴대폰ㆍ자동차 등을 팔아 어렵게 번 돈을 갉아먹고 있다. 4월까지의 서비스 수지 적자 규모는 39억6,49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억5,710억달러, 약 72%나 급증했다. 수출로 벌어들인 돈(상품수지 흑자액 116억9,030만달러)의 34%에 해당하는 금액이 해외로 반출된 셈이다. 물론 서비스 수지 적자는 상품수지 흑자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부대비용인 측면이 있다. 이인규 한은 국제수지팀 차장은 “해외에 우리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대리점 수수료도 줘야 하고 광고도 해야 한다”며 “상품수지가 흑자가 날 경우 서비스 수지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서비스 수지 적자 규모 중 사업서비스, 특허권 사용료 등 기타 서비스 적자(26억8,570만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달한다. 외국에 주는 각종 기술사용료(로열티)는 그렇다 치더라도 유학경비와 해외여행 등 해외소비로 빠져나가는 돈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 1~4월 중 해외유학ㆍ연수 목적으로 빠져나간 외화는 10억1,390만달러. 연초부터 환율이 급락하면서 기러기아빠들이 해외로 송금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3% 증가했다. 4월까지 평균 원ㆍ달러 환율(1,019원)로 따질 경우 1조원이 넘는다. 같은 기간 중 해외여행 역시 16억9,51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적자폭이 7억110만달러 늘었다. 특히 이들 비용은 국내 경기부진과는 무관하게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정부의 통제권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서비스 산업의 취약성 때문에 수출로 번 돈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며 “단기간 내에 관광ㆍ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해 적자규모를 조정할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김용환 산업은행 경제연구소 팀장은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제조업 중심의 성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서비스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것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내수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