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나사만 빼고 모두 바꿨어요"

삼성 에어컨 'Q9000' 개발 주역 정희재 디자이너 인터뷰<br>바람 거리에 치중 않고 자연스레 퍼져나가도록 설계<br>고객 원하는 모양·색 반영… 거실 장식으로도 손색없죠

삼성 스마트 에어컨 Q9000을 디자인한 삼성전자 디자인그룹의 정희재(오른쪽) 수석과 최민경 책임이 Q9000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생긴건 스피커인데… 획기적 신제품 탄생
"나사만 빼고 모두 바꿨어요"삼성 에어컨 'Q9000' 개발 주역 정희재 디자이너 인터뷰바람 거리에 치중 않고 자연스레 퍼져나가도록 설계고객 원하는 모양·색 반영… 거실 장식으로도 손색없죠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삼성 스마트 에어컨 Q9000을 디자인한 삼성전자 디자인그룹의 정희재(오른쪽) 수석과 최민경 책임이 Q9000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나사만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꿨습니다."

올해 초 출시돼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삼성 스마트 에어컨 'Q9000'을 디자인한 정희재 삼성전자 디자인그룹 수석은 제품 개발과정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기존에 전혀 볼 수 없던 혁신적인 에어컨을 만들기 위해 사실상 표준화된 나사를 제외한 모든 것을 새롭게 다 뜯어고쳤다는 설명이다.

그의 말대로 'Q9000'은 업계 최초로 실내기에서 흡입한 공기를 즉시 찬 공기로 바꿔주는 항공기 제트엔진의 원리를 적용, 바람을 360도 회전시켜주는 '하이패스 회오리 바람'을 만들어냈다. 특히 회오리 팬이 들어간 3개의 바람문 디자인은 마치 웅장한 사운드를 뿜어내는 홈시어터의 스피커를 연상케 한다.

정 수석은 "슬림한 디자인으로 거실 구석에 놓이는 것을 넘어 TV 옆 거실 한가운데 설치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며 "특히 과거 에어컨이 바람이 얼마나 멀리 나가느냐에 집중했다면 Q9000은 소리가 울려 퍼지듯 바람도 실내공간으로 자연스레 퍼져 나가도록 디자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Q9000'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말 그대로 기존 에어컨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수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랐다. "기존에 없던 에어컨을 새로 만들다 보니 마땅히 참고할 만한 데이터도 없어 처음에는 손에 잡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죠.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랄까. 결국 오랜 고민 끝에 기존의 모든 사양과 스펙은 모두 버린 채 철저히 소비자의 관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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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수석과 함께 'Q9000'을 디자인한 최민경 책임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개념을 뒤엎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상품기획ㆍ개발자ㆍ디자이너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각자의 생각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디자인팀과 개발 부서 간의 마찰도 생겨났다.

하지만 최 책임은 "개발팀은 아무래도 성능이 우선이고 디자인팀은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외관을 만들어야 하니 의견 충돌은 불가피하다"며 "오히려 개발과정에서 담당자 간 트러블이 많을수록 좋은 제품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역설한다.

초기 기획단계부터 생산ㆍ개발ㆍ디자인 등 모든 유관부서가 함께 머리를 맞댄 결과 제품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실제 양산에 앞서 제품 콘셉트를 반영해 만든 '프로토타입'과 최종 생산물과의 싱크로율은 거의 99% 수준에 달했다. 또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제품의 크기와 모양ㆍ컬러 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 결과 오늘날 소비자들은 강력하고 스마트한 기능과 더불어 실내 인테리어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는 디자인을 원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자신만의 스마트폰을 만들듯 이제는 에어컨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바람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에어컨은 머지않아 자연의 바람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제품으로 진화를 거듭할 것입니다. 자연의 바람이 부채와 선풍기ㆍ에어컨을 거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셈이죠. 그게 우리의 궁극적 목표입니다." 에어컨 디자이너가 내다본 미래 에어컨의 모습이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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