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환율이 안정되면 기업 채산성이 상당폭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수요정책포럼에서 “환율상승이 수출기업 채산성을 개선하는 데 상당 부분 기여했지만 환율이 안정세로 돌아서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장관은 이어 “지난해 9~10월 시작된 경제위기가 6개월 정도 지나면서 기업들이 보유한 리저브(여유자금)가 거의 바닥이 날 때”라며 “경기하락에 따른 매출부진, 수출감소로 인한 기업의 재무건전성 및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2ㆍ4분기에 기업 부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의 이러한 말은 환율하락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며 기업 구조조정의 기폭제가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정부의 위기 이후 엑시트 플랜이 환율하락→기업채산성 악화→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막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윤 장관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건설ㆍ중소조선ㆍ해운업뿐 아니라 산업별 구조조정도 같이 보고 있다”며 “일부 긍정적인 신호를 낙관적으로 해석해 구조조정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노동시장 유연성이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해외의 경우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가볍게 하지만 우리는 유연성 부족으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특히 정규직에 대한 과잉보호 문제가 많이 지적된다”고 윤 장관은 말했다.
그는 또 “기업과 근로자의 특성을 감안해 근로조건ㆍ해고요건 등을 더 유연하게 하는 방안에 대해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의견 수렴을 해나갈 것”이라며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 정상화 여부, 복수노조 문제도 패키지로 연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경기바닥론에 대해서는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펴야 봄이 온다”면서 “아직 우리 경제에 봄 소식을 전하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윤 장관은 “민간 부문에서 자생적인 경기회복이 나타날 때까지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경기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주력 수출시장의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야 한다”면서 “우선 중국시장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 장관은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해 “1년 미만 단기외채 상환규모를 감안하면 1,500억달러 수준”이라며 “그렇지만 외환보유액을 늘리려면 그만큼의 원화를 풀어야 하고 늘어난 원화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