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변호사가 7급 공무원 하면 안된다니…

변호사를 7급 공무원으로 채용한다는 부산시의 공고에 로스쿨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엘리트가 어떻게 하위직 공무원으로 갈 수 있느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인터넷 카페에서는 '법조계 전체를 욕먹이는 행위'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대단한 특권의식이 아닐 수 없다.


헌법은 차별 받지 않을 권리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기본 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변호사법 제1조 1항에도 '기본적인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변호사의 사명이라고 명시돼 있다. 어떤 법전에도 직업에 차별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모두가 아는 사실을 법을 공부했다는 로스쿨생들이 모를 리 만무하다. 하지만 이들의 의식세계에는 법조인이 특별한 존재이고 하위직 공무원은 미천한 직업이라고 새겨진 모양이다. 오만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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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판사와 검사ㆍ변호사들이 이처럼 비뚤어진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국민 위에 군림해 법을 공정의 잣대가 아니라 권력과 치부의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이 대표적인 예다. 국민들과 법의 간극을 더욱 키울 수도 있다. 자칫 법은 권력편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준법의식을 떨어뜨릴 여지 역시 충분하다.

지난달 33년 공직생활을 마친 김능환 전 대법관은 퇴임식 다음 날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으로 출근했다. 미국의 한 판사는 최근 재판정에서 자신의 휴대폰이 울리자 스스로 벌금형을 부과했다고 한다. 자신도 다른 이와 별반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들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봤다.

특별함은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남들이 알아주는 것이다. 로스쿨생들이 진정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면 스스로 특권의식을 버리고 7급이 아닌 9급 공무원도 기꺼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법조인에게는 일반인 이상의 도덕철학이 필요하다. 특권의식에 젖어 있으려면 법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 편이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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