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SK㈜와 현대엘리베이터가 적대적 M&A로 인해 치열한 경영권 분쟁에 돌입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STX는 전날 두산중공업이 대주주로 있는 HSD엔진이 STX의 지분 12.79%를 인수해 STX의 최대주주로 부상한 데 대해 “경영권을 위협하는 조짐이 보인다면 우호지분을 50% 이상으로 올려 M&A 가능성을 원천봉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STX는 STX조선ㆍ케피코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지주회사로 시가를 감안할 때 1,000억원 정도면 3~4개사를 한꺼번에 인수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STX는 “현재 HSD엔진의 투자진의를 파악 중이며 향후 M&A 의사가 확인되면 지분 6%를 추가로 확보,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산업은행 7.5%, 자사주 13% 등 우호지분 44%를 확보해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작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혹 있을지 모를 M&A 가능성에 대해 50% 이상 지분보유라는 수단까지 고려하는 초강수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최근 SK㈜, 현대엘리베이터가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STX의 민감한 반응을 이해할 만하다”면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했던 지분분산이 오히려 기업 경영권에 대한 리스크로 돌아오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적대적 M&A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예방적 지분율 높이기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INI스틸은 미쓰비시상사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 1.52%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정몽구 회장의 개인지분과 함께 현대차 우호지분을 3%대에서 26% 수준으로 끌어올려 경영권 안정을 굳힌다는 전략이다. 이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지분이 10.46%에다 추가 5% 매입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최근 전격적으로 현대미포조선ㆍ현대삼호중공업과 상호출자 방식으로 지분구조를 바꿔 적대적 M&A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