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우변을 내준 사연

제3보(34~42)


흑33을 두면서 박문요가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은 참고도1의 흑2까지였다. 우상귀의 실리를 최대한 지켜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세돌은 상대방을 그리 편하게 해주는 기사가 아니었다. 백34가 박문요의 주문을 일축하는 멋진 수순이었으니…. 의표를 찔린 박문요는 고민하다가 흑35의 빈삼각으로 눌렀다. 한사코 우변쪽에 실리를 크게 키우겠다는 작전이다. 그러나 이세돌은 다시 한번 박문요의 작전을 일축해 버렸다. 백36, 38로 아예 우변에다 뿌리를 내리겠다는 태세로 나왔다. 이젠 흑39로 끊지 않을 수도 없는 일. 이세돌은 백40, 42로 깨끗하게 모양을 정비했다. “벌써 흑이 기분나쁜 바둑이 되고 말았어요.”(김만수6단) “이세돌의 파워테스트에 너무 쉽게 굴복한 인상이야.”(윤성현9단) “흑이 우변을 집으로 지키는 것이 원래 우하귀의 절충을 마쳤을 때의 구상이었을 텐데 그게 모두 빗나간 결과예요.”(루이9단) 우변을 흑이 꼭 지키려면 흑31로는 34의 자리에 몰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백에게 31의 자리를 당하고 계속해서 33의 자리까지 당해야 하므로 너무도 굴욕적이다. 그것이 싫다면 흑35로 참고도2의 흑1에 받는 길을 택해야 하는데 그 코스 역시 굴욕적이기는 마찬가지. 백에게 4와 6을 선수로 당하는 것이 뼈아프며 흑5의 형태가 뭉친 꼴이라는 점도 수치스럽다. 그러므로 백에게 우변을 내준 것은 어쩔수없는 일이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