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신도시 후유증' 막아야

보일 듯 말 듯 지난 7개월여 동안이나 시장의 애간장을 녹였던 ‘분당급 신도시’의 베일이 지난 1일 속 시원하게 벗겨졌다. 정부 관계자들이 막판 정보를 흘리고 다닌 통에 김빠진 쇼가 되기는 했다. 그래도 막상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나니 여기저기서 실망에 찬 탄식과 환희의 감탄사가 쏟아진다. 혹시나 기대했는데 역시나 별 볼 일이 없었다며 등 돌리는 사람들도 많다. 이번 화성 동탄 2신도시를 마지막으로 참여정부의 신도시 발표 퍼레이드는 막을 내린다고 한다. 당분간은 돈 놓고 돈 먹기식 투기판을 보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도감과 함께 최근 수년간 신도시로 울고 웃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신도시 열풍의 중심에는 언제나 시장과 언론의 신도시 맞히기 놀음이 있었다. 새로운 정보가 튀어나올 때마다 막대한 투기성 자금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곳곳을 들쑤셨다. 신도시 조성이 주거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냐는 뒷전인 채 오로지 신도시가 어디냐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는 이런 행태는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신도시는 곧 집값과 땅값을 올리고 부를 안겨주는 ‘엘도라도’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신도시 후유증’을 없애려면 이런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말로만 강력한 투기대책을 반복할 게 아니라 섣불리 신도시 예정지에 투기했다가는 본전도 못 건진다는 본보기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정부 스스로 공언한 약속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사실 화성 동탄이 분당급 신도시로 결정됐다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포인트는 ‘평당 800만원대’에 아파트를 분양하겠다고 밝힌 대목 같다. 거품이 잔뜩 끼어 있는 기존 아파트를 사지 않아도 분당 이상의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게 해주겠다는 국민과의 엄중한 약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당 700만원’이라던 정부의 약속이 끝내 물거품이 됐던 판교 신도시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체념에서 나온 ‘내 집 마련 조급증’이 지난해 집값 폭등을 이끌어냈던 주범 중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도시 발표 퍼레이드는 떠들썩하게 막을 내렸지만 진짜 신도시 효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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