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느는건 공무원과 한숨뿐"
막힌길 뚫어야 중소·벤처기업도 달린다
남문현 moonhn@sed.co.kr
지난달 새로 취임한 중소ㆍ벤처기업 단체장들의 한결 같은 첫마디는 ‘규제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서울경제와 얼마 전 가진 인터뷰에서 “규제개혁 없이는 위기에 처한 중소ㆍ벤처기업을 되살리기 힘들다”는 진단을 내리고 ‘규제해소’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즉 신임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여야 당 의장들과 ‘기업규제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드는 방안을 합의, 이르면 오는 4월 중 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종진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벤처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벤처기업과 일반기업, 벤처기업과 대기업간 주식교환 등의 인수합병(M&A)에도 세제혜택, 절차 간소화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ㆍ벤처업계를 대표하는 이들 단체장의 이러한 언급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국경제가 잃어가고 있는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소돼야 할 필요충분조건들로 지금껏 대다수 경제ㆍ기업인들이 숱하게 지적해왔던 것이다.
세계은행이 최근 발표한 기업환경보고서에 따르면 교역규모로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의 창업규제 환경은 세계 175개국 가운데 116위로 조사됐다.
각종 규제가 이런 현상을 만든 큰 요인이었다는 결론이다.
정부가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 불허와 최근 경기도 여주에 들어설 고급할인판매점 ‘신세계첼시’의 사업허가 등과 관련,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등은 세계은행의 이러한 지적을 실감하게 하는 증거가 되고 있다.
한국경제의 대표적인 캐시카우인 자동차와 LCDㆍ휴대전화ㆍIT 부문이 성장동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차리지 않으면 4~6년 뒤 주력 산업이 큰 혼란을 맞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언론이 침소봉대해 위기론의 중요한 논거로 삼아 더욱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했다.
세계적 기업인이자 국가 원로가 지적하는 ‘국가경제 미래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청와대는 언론에 대한 비판 도구로만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각종 규제는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는 반면 정부가 지난 13일 재정경제부의 공무원 5명 증원요청안을 의결하는 등 노무현 대통령 취임 뒤 4년 동안 공무원 수는 사실상 8만명가량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국가경제의 기반인 창업과 공장설립 건수는 줄어들며 경제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 수는 크게 늘고 있는 현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참여정부는 ‘공무원 정부, 국가’를 만들려는 의도라도 있는 것인가.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도 최근 발표한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정부의 역할’ 보고서를 통해 투자와 관련한 금융ㆍ세제ㆍ공장입지 등에 대한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지 않았는가. 이는 바로 참여정부가 그동안 숱하게 언급해온 규제개혁 노력이 별 성과가 없었음을 나타내는 반증이다. 그럼 마냥 정부만 비난하고 있어야 하나.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중앙회가 추진하는 사례가 좋은 본보기인 듯하다. 즉 중앙회의 모델을 보다 확대해 전경련ㆍ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ㆍ벤처기업협회 등 범경제단체를 주축으로 여당과 야당은 물론 나아가 지자체 등이 포함되는 ‘기업규제개혁위원회’를 구성,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정부와 지속적으로 기업 관련 전반의 규제개혁을 이뤄나가는 것은 어떨까.
나아가 기업 및 경제 관련 각종 제도의 입법과정에서 공개적으로 그 타당성과 파급효과 등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과정 등을 거쳐 정부의 규제시스템을 환경문제 등 반드시 준수해야 할 것만 규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조금씩 전환해나가는 것이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더욱 키워나가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입력시간 : 2007/03/15 14:04